서울중앙지법 구속취소 결정·석방

검찰과 여당도 항고 포기 종용 관여

법원 독창적 해석 피고인 유리 판결

여권 인권 의식 부각되며 비판 커져

대법 성추행 의령군수 직 유지 오판도

장제우 작가
장제우 작가

지난 3월7일 내란죄 형사재판을 심의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충격적인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어서 8일, 검찰 지휘부가 공소를 맡고 있는 특수본에 석방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특수본이 결국 항고를 포기함으로써 내란수괴 피고인은 환하게 웃으며 관저로 귀가했다. 불구속 재판을 결정한 1심 재판부도 기이하지만 항고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 국민의힘은 해괴하기 짝이 없다. 채 해병 사망사건에서 박정훈 대령은 적법하게 수사하고도 군통수권자의 격노로 인해 항명수괴라는 누명을 썼다. 다행히 1심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검사는 바로 항소했다. 이처럼 부당한 기소로 여겨지는 사건에서조차 일단 항소하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검찰 수뇌부와 여당은 항고 포기를 종용하며 증거인멸은 물론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자를 풀어놓았으니 그 후과를 치르고 말 것이다.

재판부는 구속취소의 핵심 이유로 10일의 구속기간에서 9시간45분을 넘겨 기소됐음을 들었다. 통상 체포로부터 구속영장청구까지 48시간의 구금이 가능하고 체포로부터 구속기소까지는 10일의 구금이 가능하다. 피의자는 첫 48시간 내 체포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고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며 영장발부 후엔 기소 전까지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경우 체포적부심은 이례적으로 청구하되 구속적부심은 하지 않았다.

체포적부심, 영장심사, 구속적부심 등에 소요된 시간은 구속기간 연장에 산입되는 바, 이 시간 산정에서 하필 내란죄 재판을 기해 초유의 계산법이 두 가지 등장한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제13항’을 새로이 해석하며 계산을 달리했다. 법조문은 다음과 같다. ‘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된 때까지의 기간은 제200조의2제5항(제213조의2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및 제200조의4제1항을 적용할 때에는 그 제한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고, 제202조·제203조 및 제205조를 적용할 때에는 그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풀이하면 체포 및 구속적부심의 소요 시간을(이 기간 수사에 지장이 있었으므로) 체포 후 48시간의 구금 및 10일의 구속 기간에 더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재판부는 10시간 32분이었던 체포적부심 시간을 구속기간 연장에 넣어서는 안 된다고 해석했다. 이 시간은 체포 후 48시간의 구금기간 연장에만 적용돼야 하고, 10일의 구속기간 연장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신체 자유의 제한 기간을 줄이는 것이 인권에 부합하고 명확하지 않을 땐 피의자에 유리하도록 해석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명분은 그 자체로 수긍할 수 있지만 법조문 해석은 괴이하게 창의적이다. 체포적부심 시간을 구속기간 10일에 더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제200조의2 제7항’도 새롭게 해석했다. 이 조항은 만일 영장심사 도중 자정을 넘길 경우 실제 걸린 시간과 무관하게 구속이 이틀 연장되게끔 쓰여있다. 때문에 종래에는 시국사건 등에서 실제 시간만큼의 연장을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재판부는 딱 소요된 시간만큼 구속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새 기준을 제시했다. 사건 간 형평성 측면에서는 이 방향이 옳다. 하지만 이런 위중한 시국이라면 헌법소원이나 입법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 더더욱 옳다.

구속취소 결정이 나오자 여권에선 당장 석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갑자기 드높아진 인권의식을 비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최소한 한동훈 전 대표처럼 검사 출신은 자중해야 마땅하다. 이번 취소 결정은 그간 검사들이 사법부의 협조 속에 무려 내란수괴의 구속을 면해야 할 만큼의 심각한 인권유린을 저질러 왔다는 뜻이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대통령이 검찰의 오랜 수사절차를 위법이라고 공격하는 것이나 판검사 출신들이 윤석열 구속취소에 찬동하는 것이나 꼴불견이 따로 없다.

지난 7일 대법원은 기자를 성추행한 의령군수에게 벌금 1천만원을 확정하며 직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사회를 나락으로 이끄는 오판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판결이 헌재에선 절대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

/장제우 작가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