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비용’ 이유 인천시 내부서 분분

 

체육부서, 인프라 갖추고 대회 주장

재정부서, 재방치 위험 先 유치 뜻

인천시, 1차 공사후 축협 등과 협의

“국제경기 아니라도 활용 노력해야”

지난 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경기장 주경기장의 잔디가 움푹 파여있다. 2025.3.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 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경기장 주경기장의 잔디가 움푹 파여있다. 2025.3.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국제경기 없이 오랜 기간 방치된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이 예전 명성을 찾도록 하는 개보수 공사가 조만간 시작된다. 관건은 국제경기를 다시 치를 수준으로 잔디와 전광판 등 시설을 개선하는 것인데, 이 공사비까지 쓰려면 ‘국제경기 유치’라는 전제 조건이 붙은 상태다.

대규모 예산을 들여 개보수한 후 또다시 경기장이 방치되는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제경기부터 유치하라는 재정 담당 부서, 국제경기를 유치할 수 있게 먼저 경기장을 완벽한 상태로 조성하고자 하는 체육 담당 부서. 선결 과제가 무엇인지를 두고 인천시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9일 인천시에 따르면 문학경기장 노후시설 개보수 1차 공사가 곧 시작된다. 1차 공사 내용은 ‘경기장 출입구 노후 구조물 철거 후 신설’ ‘장애인 탁구장 철거’ ‘로비 전면 교체’ ‘관람석 외부 벽면 도색’ ‘장애인 편의 기준 시설 보완’ ‘냉난방기를 비롯한 각종 기계 설비 설치’ 등이다. 총사업비는 77억2천여만원이다.

인천시가 ‘국제대회 유치 대비 문학경기장 노후시설 개보수 공사 시행계획’을 세운 건 2022년 9월이다. 당시 정부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 경쟁에 나서자, 인천시는 ‘경기 개최 지방자치단체’에 도전하며 문학경기장 기능 보강을 계획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한국이 카타르에 밀려 대회 유치에 실패하면서 이 계획도 자연히 실행 동력을 잃었다.

문학경기장 시설은 노후하긴 했지만 2002년 FIFA 월드컵 경기가 열렸을 정도로 국제대회 개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문학경기장 수용 가능 인원은 5만5천명으로, AFC 기준으로 결승전(5만석)도 치를 수 있는 규모다. 인천시는 아시안컵 유치는 무산됐지만 149억여원을 투입해 시행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고, 인천시 재정투자심사위원회는 공사 규모를 감안해 1·2차로 나눠 진행하는 내용으로 승인했다. 예산이 불필요하게 사용될 수 있다며 2차 공사는 국제경기 유치에 성공한 후 추진하라는 조건도 달았다.

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경기장 주경기장 의 잔디가 움푹 패여있다. 2025.3.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경기장 주경기장 의 잔디가 움푹 패여있다. 2025.3.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차 공사는 경기장 잔디와 전광판을 비롯해 국제경기 운영을 위한 실질적 인프라 구축·개선 작업이다. 경기장이 완벽한 상태를 갖추지 않은 채 국제경기를 유치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열악한 잔디 상태가 논란이 되자, 그해 10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한국과 이라크 경기 장소가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문학경기장 개보수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아시안컵 유치 실패 사례처럼, 경기장을 개보수한다고 해서 국제경기를 유치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자칫 150억원을 들이고도 정작 축구 경기는 열리지 못한 채 다시 시간만 보낼 우려가 있다는 게 당시 재정투자심사위원들 의견이다.

인천시 체육진흥과는 일단 1차 공사를 완료한 뒤, 대한축구협회 등과 국제경기 유치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국제경기 유치 전에도 2차 공사에 착수할 수 있는지 인천시 재정담당관실과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착공 시기나 문학경기장 대관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말께 1차 공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2차 공사 예산을 확보하려면 국제경기 개최 확정이 아니더라도, 경기장을 활용하려는 충분한 노력을 보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