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맞아 선후배·동기 교류 불구

尹대통령 석방 등 의견 표출은 꺼려

“신상 공개 등 공격 표적될까 걱정”

10일 오후 인천의 한 대학내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내용의 벽보가 설치되어 있다. 2025.3.1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0일 오후 인천의 한 대학내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내용의 벽보가 설치되어 있다. 2025.3.1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대학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새 학기를 맞은 인하대학교 인경호 앞 광장에서 10일 만난 국제통상학과 신입생 김민지(19)씨는 “학과 동기나 선배들이 윤석열 대통령 석방 등 시국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걸 꺼리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어 “혹여 서로 의견이 달라 큰 싸움이 생길까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같은 날 인천대학교에서 만난 스마트물류공학과 재학생 김모(21)씨도 “학과 친구들과 소원해질 것 같아 윤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인천지역 대학가에서도 학생과 교직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이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잇따라 발표하고 관련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 탄핵 등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학가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인하대 인경호 앞 광장에선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는 등 학내에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2월27일자 6면보도)

정치구호 뒤섞인 캠퍼스… 인하대 윤대통령 탄핵 찬반 동시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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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 탄핵을 촉구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지켜내자!’ ‘민주주의 파괴세력 OUT’ ‘쿠데타 옹호세력 물러가라!’ 등의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치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동구·미추홀을 지역위원장과 김대영(비례) 인천시의원이 집회에 함께 했
https://www.kyeongin.com/article/1730722

새 학기를 맞아 학과나 동아리 등에서 선·후배, 동기들과 교류가 잦아진 대학생들은 대부분 시국과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개인 의견을 내는 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되면서 탄핵을 둘러싼 학내 찬반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인하대 예술체육대학 재학생 이모(23)씨는 “교내에서 벌어진 탄핵 찬반 맞불집회를 보고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했다가 공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인하대 경영학과 신입생 이모(19)씨는 “입학 전에 학교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며 “막상 입학해 보니 대다수가 탄핵 이슈에 대해 대화하는 걸 불편해하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고도 했다.

대학생들은 다만 익명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선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이름과 학과 등을 밝히지 않은 인하대 재학생 정모(23)씨는 “서울에서 열리는 탄핵 촉구 집회에는 자주 참여했지만 교내에선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만 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공간에선 신상이 공개되는 등 공격을 당할까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천대 신소재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태범(20)씨는 “12·3 계엄 직후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인천대생 온라인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며 “온라인 공간에서 나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비교적 부담이 적다”고 했다.

/정선아·송윤지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