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석방, 새로운 국면 변곡점에 서
승기 잡았다 여긴 李에 돌발 변수
李, 상속세법 등 외연 확장 노력
지지율엔 유의미한 변화 없어
정국 향방 가를 승부처 ‘중도층’ 뿐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되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 국면은 격랑 속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7일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청구한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에 대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핵심은 3가지다. 구속 기간이 시간적으로 볼 때 만료되고 난 이후에 공소가 되었으므로 무효라는 점과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대통령 수사 그리고 체포 및 구속에 있어 절차를 지키고 적법한지 여부에 대한 의문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공수처가 꾸준히 지적되었던 문제 해결을 못했고 검찰 또한 제기되었던 공소 시점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책을 저지른 셈이다. 어쨌거나 윤 대통령은 구속 취소가 되면서 석방되어 나왔고 새로운 국면의 변곡점에 서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거의 다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했을 법한 탄핵 정국에 돌발 변수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심판 선고와 이 대표의 오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가 한국 정치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보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두 인물의 운명을 좌우할 승부처는 어디에 있을까. 다름 아닌 중도층이다. 치열한 진영 대결 속에서 양쪽 모두 지지층을 최대로 결집시킨 모양새다. 그러므로 중도층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정국의 방향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4~6일 실시한 조사(전국 1천3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4.2%,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36%, 민주당 40%로 나왔다.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그러나 중도층의 정당 지지율은 사뭇 다르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46%, 국민의힘 25%로 민주당이 21%P 더 높다. 향후 정당 지지율의 운명 또한 중도층에 달려 있다. 즉 양당의 적극 지지층은 장외 집회에 운집하고 있지만 정작 전체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중도층은 광장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끌어들이고 설득해야 할 유권자층은 광장에 있는 지지층이 아니라 안방에 있는 중도층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선고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유권자층은 바로 중간에 서 있는 국민들이다.
이 대표 또한 중도층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름지기 중도층이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를 완화시켜주고 조기 대선으로 가는 경우 꼭 필요한 필승카드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이 대표는 중도 외연 확장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아예 이념 성향을 ‘중도 보수’로 표방했고 각종 정책 발표는 중도를 뛰어넘어 보수 정치인으로 의심을 살 정도다.
국회 연설에서 ‘주 4일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발표했고 핵 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에 대해서 민주당 내 검토 의견이 나온 바 있었다. 최근에 윤 정부의 공약으로 거론된 ‘상속세법’과 관련 이 대표는 국민의힘과 1대 1 토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급기야 국민의힘이 제안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대해 동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중도층뿐만 아니라 2030 MZ세대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전 세계적인 AI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엔비디아를 소환했다. 이 대표는 ‘한국판 엔비디아’의 탄생을 가정하며 “민간이 지분을 70% 갖고 30%는 국민 모두가 갖도록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해 보수 진영은 이 대표의 한국판 엔비디아 발언에 대해 맹공격을 퍼부을 수준으로 극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갤럽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 결과를 보면 2월 한 달 동안 이 대표의 지지율은 거의 올라가지 못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도층에서 이 대표에 대한 선호도나 호감도가 기대만큼 상승하지 못한 이유로 풀이된다. 결국 윤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운명과 이 대표의 미래 모두 중도층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승부처는 중도층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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