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기법 정한 주52시간 초과 근로

담임교사 대체 인력 턱없이 부족

점심 휴게시간 현실성 없는 정책

24시간 미만 수업시수는 있지만

사립유치원·어린이집엔 ‘무의미’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를 하며 우린 피곤하고 아팠다. 남들은 수년씩 근속 한다는데 우린 교사 생활 1년 만에 직장을 옮기거나 심지어 직업을 바꿨다. 유아교육을 사랑했기 때문에 차마 현장을 떠나지 못한 적지 않은 동료들이 노량진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하러 들어갔다. 임용고시를 통해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되면 ‘4시30분에 퇴근할 수 있다더라’, ‘주당 수업 시수가 정해져 있다더라’와 같은 떠도는 풍문이 희망이 되어 적으면 1년, 많으면 4~5년을 노량진 고시촌에서 보냈다. 임용이 고시인 이유는 지원하는 이들에 비해 뽑는 인원이 지나치게 적기 때문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임용고시를 통과한 아주 적은 소수의 이들은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됐다. 그때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못한 대부분의 교사는 피곤하고 아픈 일상을 견디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일상을 지켰다.

96학번 우리의 이야기였으나 지금도 다르지 않다.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임용된 제자들도 이직과 퇴사를 고민했다. 다른 기관으로 옮기면 상황이 좀 낫지 않을까, 다른 직업을 가지면 좀 덜 고될까 3~4년의 긴 시간 동안 영유아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공부한 아까운 제자와 후배들이 갈등했고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그때까지도 우린 우리가 특별히 성실하지 못하거나 근력이 없어 그런 줄 알았다. 우리의 하루 노동시간이 평균 10시간에 육박한다는 것을, 수업 준비나 행정 업무를 따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주당 수업 시수가 우리에게는 없다는 것을 선배도, 교수도, 누구도 우리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 점심시간도 따로 없이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6시 넘어 퇴근하며 매일같이 10시간을 노동하면, 출근해서 퇴근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교실에서 영유아를 교육하며 보내느라 수업준비·평가·서류 업무를 퇴근 후 집에서 또는 주말에 몰아하며 1년을 살다보면, 말 그대로 피곤하고 아팠다. 아파도 대체교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 만큼 어려웠으므로 다른 노동자와 달리 연차 사용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피곤하고 아플 수밖에. 그 피로와 고통을 견디다 망가질 수밖에. 망가지지 않으려면 도망치는 수밖에.

법률상 일 8시간 노동제가 확립된 것은 1953년 근로기준법을 통해서였다. 2003년 주 5일제 도입으로 법정근로시간이 주당 40시간으로 단축됐고 2018년 최대 근로시간은 주 52시간으로 제한되었으니, 영유아교사는 근기법 테두리 밖에 존재한 셈이다.

2023년 ‘교육부중심유보통합추진을위한학부모연대’가 전국 사립유치원 교사 623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사립유치원 교사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점심지도 시간을 포함해 11.1시간이었다. 8시 30분에 출근해 저녁 7시30분에 퇴근하고 점심시간도 교실에서 식사지도를 하느라 휴식하지 못하면 일 11시간, 주당 55시간을 근무하게 된다는 의미다. 어린이집은 명목상 점심 휴게시간이 있지만 담임교사를 대체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점심시간에 영유아와 교사를 분리하는 것은 0~5세 유아의 발달 특성에도 맞지 않다. 결과적으로 어린이집의 점심 휴게시간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었고 실효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이었다.

주당 수업 시수라는 개념은 1999년 한국교육의 중장기 비전에서 처음 제시된 이후 현재는 초등 약 24시간, 중등 약 20시간, 고등 약 17시간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과도한 수업 시수는 교사의 피로를 증가시키고 교육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초중등 교원단체는 수업시수를 줄이고 표준수업시수를 법제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교원단체에 가입된 국공립유치원은 평균 24시간 미만의 수업시수를 인정받고 있으나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는 수업시수라는 개념도, 표준화된 수업시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점심식사지도 시간 포함 일 8시간 노동, 수업 준비와 영유아 평가, 서류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위한 주당 수업 시간 확보는 교사의 기본 전제이지 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능력과 운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되는 환경일 수는 없다.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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