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방문·화재 대피 안내 알려

“문 밖 확인 자주 안해도돼 편리”

 

서구, 18가구 시범 사업 실시 ‘호응’

기초단체 중 유일… 올해 확대 계획

11일 오후 인천시 서구의 한 청각장애인 가정에 방문객을 확인할 수 있는 초인등이 설치되어있다. 2025.3.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11일 오후 인천시 서구의 한 청각장애인 가정에 방문객을 확인할 수 있는 초인등이 설치되어있다. 2025.3.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청각장애인들에게 세상을 잇는 빛인 초인등을 지원해주세요.”

11일 오후 인천서구복지재단, 인천농아인협회 서구지회 관계자들과 함께 인천 서구 석남동 청각장애인 설배식(64)·황은화(57) 부부의 집을 찾았다.

현관에 있는 ‘초인등’을 누르자 설씨 부부가 곧바로 문을 열며 반갑게 손님들을 맞이했다. 초인등은 현관에 설치된 벨(초인종)을 누르면 집 안에 설치된 장치에서 진동과 함께 불빛이 나오면서 방문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설비다. 설씨 부부는 이 빛을 보고 일행의 방문을 금세 알아차린 것이다.

청각장애인은 집 안과 밖의 경계인 현관문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조차 느끼기 어렵다.

등기우편물이나 배달 음식 등이 도착했다는 초인종 소리도, 화재 등 재난 상황 발생 시 대피하라는 이웃의 외침도 알아차릴 수 없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초인등은 단순한 초인종의 기능을 넘어 세상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설씨는 “초인등이 없었을 때는 등기가 언제 올지 몰라 수시로 문 밖을 확인해야 했다”며 “배달로 음식을 시켰는데 도착한지 몰라 다 식어버린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편리한 장치가 있는지 몰랐다. 거실뿐만 아니라 방마다 설치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 초인등은 구도심 빌라나 다가구 주택에 더 유용하다. 수어통역사인 정택진 인천농아인협회 서구지회 과장은 “신축 아파트에는 방문객을 확인할 수 있는 ‘월 패드(Wall Pad)’가 설치되지만, 연식이 오래된 공동주택엔 이런 설비가 없어 초인등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 서구는 산하 기관인 서구복지재단을 통해 지난해 청각장애인 18가구를 상대로 초인등 설치 시범 사업을 벌였다. 올해는 200가구에 추가로 설치를 지원할 방침이다.

미추홀구 숭의동, 연수구 연수3동, 중구 율목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에서 청각장애인과 난청 어르신을 위해 초인등 설치 사업을 진행한 사례는 있지만, 기초자치단체가 직접 나선 것은 서구가 처음이다.

이경란 인천시농아인협회 사무처장은 “초인등 지원사업을 벌이는 지자체가 드물어 사비를 들여 구매하는 청각장애인도 있긴 한데, 설치가 까다로워 많이 이용하진 않는다”며 “인천시와 각 지자체가 나서 초인등 설치 사업을 확대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