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감소·온라인 저가 공세탓

매대에 유아용보다 성인용 많아

분유 등 유통기한 예민 입고 꺼려

편의점·소규모 업체가 반사이익

수원시 팔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1종류의 유아용 기저귀가 구석에 놓여있다. 위 칸엔 5종류의 성인용 기저귀가 놓여 대조된다. 2025.3.11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수원시 팔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1종류의 유아용 기저귀가 구석에 놓여있다. 위 칸엔 5종류의 성인용 기저귀가 놓여 대조된다. 2025.3.11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아기 울음소리가 급격히 줄자 대형 마트에 기저귀와 분유가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 매장의 저가 공세와 배달의 편의성도 출생률 감소와 더불어 원인으로 보인다.

11일 수원시 팔달구의 한 대형 마트. 아기가 그려진 제품 찾기는 녹록지 않았다. 유아용품 판매대가 따로 없어 기저귀를 찾기 위해 휴지, 위생용품 판매대까지 뒤져봤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매장 한 구석 아래쪽에서야 유아용 기저귀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사이즈만 다른 1개 브랜드의 기저귀뿐이었다. 바로 위칸에 5종류가 넘는 성인용 기저귀와 비교됐다.

분유는 아예 식료품 판매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마트 직원에게 물어봐도 분유는 한참 전에 이미 매대에서 뺐다는 말만 돌아왔다. 해당 마트 관계자는 “기저귀, 분유 등은 들여와도 재고로 쌓이기만 한다”며 “아기용품은 유통기한에 더 예민하다 보니 오래 둘 수도 없어 아예 입고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용인시 수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기저귀가 쌓여있다. 2025.3.11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용인시 수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기저귀가 쌓여있다. 2025.3.11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화성 동탄 등 그나마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대형 마트에서는 기저귀 제품들이 보다 다양했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어린 자녀를 유모차에 태운 부모들도 유아용품 매대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모두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때문이라는 게 현장에서 들은 이들의 답변이다.

3개월 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임세희(33)씨는 “기저귀는 온라인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면 더 저렴하고, 집까지 하루면 배송해준다”며 “비상 시에 한두 개 정도 필요할 때도 있지만 마트에서 파는 제품은 대형이라 손이 안 가고 사용하는 제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적인 기저귀 브랜드 H 제품의 경우 수원의 한 마트에선 50개입 1묶음에 2만4천990원, 2묶음은 할인으로 4만5천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한 온라인 쇼핑몰에선 똑같은 제품이 50개입 3묶음에 4만8천800원으로 오프라인 매장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분유 역시 온라인 매장이 더 저렴했다. M사의 분유를 기준으로 용인의 한 마트에선 2만6천200원인 제품이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2만2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육아용품의 오프라인 매장 철수 현상에 반사이익을 보는 쪽은 편의점, 다이소 등 소규모 소매업체들이다. 지역생활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이나 지역 맘카페 등에선 온라인 배송이 지연되거나 타지에서 급하게 기저귀가 필요한 때를 대비해 낱개 판매하는 매장 위치 등을 공유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1개월 된 자녀를 키우고 있는 박현우(34)씨는 “가평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기저귀가 급하게 필요했는데 무인 편의점에서 낱개로 판매하고 있다고 해서 구매했다”며 “비상시 외에 오프라인에서 유아용품의 대량 구매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