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거래 시간을 제공하고 수수료 저렴한 게 강점”

■ 독식구조 깬 제2거래소… 투자자들 환호
애프터·프리마켓, 총 거래대금 절반 육박
차별화된 거래시간 확대에 ‘매력 어필’
주식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독식 구도를 깨고 지난 4일 개장한 제2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가 주식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당장 ‘개미’들이 환호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동하는 그래프를 뒤로 하고, 일과시간에 매여 수익실현 기회를 놓치던 투자자들이 국내 첫 대체거래소로 몰리고 있다. 출범 일주일 동안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이 전체의 98%에 달하는 데서 알 수 있듯 넥스트레이드 출범은 일단, 시장의 활력과 무난한 안착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전체 거래대금은 799억1천329만원으로 메인마켓(오전 9시~오후 3시20분) 거래대금이 440억9천630만원(55.18%)으로 가장 많았으나 넥스트레이드의 진가라 할 애프터마켓(오후 3시30분~8시)과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도 각각 190억3천332만원(23.82%)과 167억8천367만원(21%)으로 절반에 육박해 눈길을 끌었다. 상당수 투자자가 넥스트레이드의 차별화된 거래시간에 매력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표 참조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와 투자자 효용 증대를 목표로 닻을 올린 NXT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매매체결만을 전문으로 하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대체거래소)다. 주식대금 청산 및 결제, 시장감시 등 업무는 기존처럼 한국거래소가 수행해 두 시장 모두 동일한 수준의 투자자 보호장치가 작동한다. 이에 힘입어 NXT에 상장된 10개 종목의 같은 기간 전체 거래량은 KRX가 856만697주, NXT가 297만6천145주로 ‘KRX 대비 NXT 거래량 비중’이 34.77%를 차지했다.
투자자들의 욕구와 기대 속에 넥스트레이드의 연착륙을 이끌고 있는 김학수(59) 대표는 “시장의 요청에 맞춘 혁신적 서비스를 통해 자본시장 밸류업에 기여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벤치마크 대상이 될 수 있는 대체거래소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밝혔다.
넥스트레이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김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 넥스트레이드 개장 배경과 특장점을 소개해 달라.
“넥스트레이드는 정규거래소 대비 ‘작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자 편의 향상을 위해 긴 거래 시간(오전 8시~ 저녁 8시)을 제공하고, 한국거래소와 비교해서 40~20%가량 수수료가 저렴한 게 강점이다. 거래속도를 높이고 다양한 주문유형 등도 제공한다. 이 중 가장 큰 강점은 늘어난 거래시간이다. NXT 시장은 시간대에 따라 3가지 시장으로 구성된다.
오전 8시부터 문을 여는 프리마켓, 한국거래소와 유사한 시간대인 메인마켓, 한국거래소 장 종료 이후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되는 애프터마켓이다.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은 NXT만 단독으로 운영하는 시장이다. 직장인 등 낮시간동안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투자자들로부터 그동안 거래시간 확대 수요가 많았다. 거래시간이 확대되면 더 여유롭고 투자자별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투자문화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첫 한 주 동안 시장의 반응과 평가는 어떤가.
개장 첫주 하루 평균 74만주·200억 거래
총 10개 종목 기준 전체의 35% 주식 의미
‘3년내 시장점유율 10% 돌파’ 목표 고무적
“개장 첫째 주(3월4~7일, 4영업일)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74만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200억원이다. 하루 평균치로 볼 때 메인마켓(37만9천주·110억원) 거래가 가장 많았고, 프리마켓(29만9천주·55억9천만원)과 애프터마켓(13만9천주·47억6천만원)이 뒤를 이었다. 계좌 수 기준으로는 총 10만6천여 계좌가 주문에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총 10개 종목만 거래를 했기 때문에 해당 종목 기준으로 총 거래량의 약 35%가 넥스트레이드를 통해 거래됐다는 의미다. 우리 목표가 ‘3년 내 전체 시장점유율 10% 이상 달성’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라 판단된다.
그간 우리나라 주식 거래가능시간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았는데, 이런 잠재적 투자수요가 앞으로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확대를 통해 표출될 거라 예상한다. 또 3월 첫째 주 10개 종목 하루 평균 거래량이 올해 1~2월 거래량보다 평균 70% 증가했는데, 시장의 유동성 확대효과와 증권회사 수익성 개선 등 부수효과들도 기대되는 점이다.”
- 거래시간 확대에 따른 투자과열 우려 등에 대한 의견은.
“기존에는 직장인 등 대부분 투자자가 근무시간 중 눈치를 보며 쫓기듯 주식을 거래해야 했는데, 출퇴근 전후에 좀 더 편하게 투자정보를 파악해가며 거래할 수 있었다는 평이 있었다. 아울러 미국주식시장 등 해외 주식시장과의 연계투자도 가능하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기회의 확대 제공이며, 이게 투자 과열을 부추긴다고 보기는 힘들다.
해외에선 사실상 24시간에 가까운 거래시간을 운영하고 코인은 24시간 주말·공휴일 없이 거래되고 있다. 낮시간 생업에 종사하느라 투자하기 어려웠던 투자자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수요가 있었기에 거래시간을 연장한 것이고 이것이 글로벌 트렌드다. 지난해 2월 한국갤럽에서 투자자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정규거래시간을 놓친 경험이 있다는 의견이 61%, 거래시간 연장시 거래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이 82.1%로 나타난 바 있다.”

- 거래 종목이 제한적인데 확대계획이 궁금하다. 또 ‘중간가 호가’, ‘스톱지정가 호가’ 등 호가 유형을 다양화한 이유는 뭔가.
유형 다양화 위해 새 호가 2개 선 뵐 계획
美 등 선진시장 주문방식 검토 국내 제공
급격한 시장 변화 등 고려해 2개만 도입
“3월 4일부터 16일까지 2주 동안 10개 종목만을 거래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늘려 3월 말에는 800개 종목을 거래하게 할 예정이다. 3월 17일부터 110개 종목, 24일부터 350개 종목, 31일부터는 800개 종목으로 확대된다.
호가 유형 다양화와 관련해선 2가지 새로운 호가를 선보일 계획이다. 기존 지정가·최유리·최우선·시장가호가에서 중간가호가와 스톱지정가호가가 추가되는 것이다. 다양한 주문제도가 있는 미국 등 선진시장 주문방식을 검토해 국내에도 제공하는 것이다. 선진시장에는 더 다양한 주문방식이 있지만 국내 시장에 가져올 급격한 변화 등을 고려해 2개 신규 호가만을 도입키로 했다.”

- 거래소시스템 안정과 보안을 위해 어떤 대비를 했는지.
“지난 2년간 시장제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IT 프레임의 설계·구축·테스트 작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1년여에 걸쳐 매칭엔진 등 매매체결시스템을 개발·구축하고,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간은 다각적인 실제 거래(모의시장) 시나리오를 상정해 증권사·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 등 연계기관과의 철저한 안정성 이행점검을 마쳤다.
시스템적으로는 시장 운영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모든 서버를 이중화로 구성, 시스템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시스템 용량을 확보했다. 시스템 장애시 신속하게 대응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하루 최대 처리 건수는 1억5천건(주문)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주문이 폭주하는 상황에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다. 참고로 한국거래소 하루 최대 처리건수는 지난 2022년 기록한 약 1억2천건이다.”
- 글로벌 진출계획이라든지 추구하는 비전과 목표는.
시장 운영 연속성 확보 모든 서버 이중화
KRX보다 많은 ‘하루 최대 1.5억건’ 처리
중장기적 해외 거래소 협력 등 다각 검토
“출범 초기임을 감안해 당분간은 주식 거래의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NXT에 부여된 역할은 거래소시장의 경쟁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거래소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 자본시장에 비어있는 영역의 유통플랫폼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거래환경 혁신을 통해 투자자들의 자산 증식과 기업의 자금조달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거래소와의 협력이나 글로벌 진출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다. 목표는 세계 최고의 대체거래소다. 안정성과 수익성, 성장성을 두루 추구하는 회사로 키워내 세계적으로 벤치마크 대상이 될 수 있는 대체거래소 성공 모델을 만들고 싶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NXT) 대표는
금융결제원장 재임때 ‘디지털 금융 혁신’ 주도
자본시장과 금융산업의 전문가로, 대체거래소(ATS) 설립에 처음부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수석으로 통과한 그는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등을 지냈다. 특히 자본시장법에 ATS 설립 근거를 마련하고, 대형 투자은행(IB) 제도 도입 등 자본시장 개혁을 이끌었다. 또한, 세계은행에서 자금세탁 방지 업무를 수행하고 금융결제원장 역임 당시에는 디지털 금융 혁신을 주도했다. 김 대표는 자본시장과 금융산업 전반에 걸친 깊은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넥스트레이드를 이끌며 한국거래소의 독식을 깨는 혁신을 목표로 뛰고 있다.
/정의종·하지은·김우성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