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사계절로 나눠 마음가짐 정리
희망 가득한 봄·성장을 위한 여름
마흔 넘었다 치면 가을… 반 넘겨
아쉬운가 지겨운가… 이제 수확기
겨울은 와도 몰라, 그저 살아갈뿐

오늘은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나누어보고 이 시기에는 어떠한 일들을 하고 어떠한 생각을 하고 살면 좋을 지에 대해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아직 인생을 논하기에는 먼저 생을 살아오신 선배님들께는 송구하지만 최근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느꼈던 점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에 이렇게 적어본다는 것을 꼭 미리 전하는 바이다.
우선 봄, 태어나서 스무 살까지를 봄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봄은 만물이 태어나고 희망이 가득한 시기이다.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내가 어떠한 기질로 태어났고 어떤 부모를 만나서 양육과 교육을 받았는 지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눈에 보이는 시기다. 그러므로 지금 자신이 봄에 있다면 내가 갖고 있는 주변을 어떻게 활용하고 인생을 계획할 것인 지에 대해 수용하는 동시에 이를 어떻게 활용·극복할지 고민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잘나게 태어났다고 너무 으스댈 필요도 못나게 태어났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아직 여름, 가을, 겨울이 남아 있고 정말 단언컨대 남은 계절들은 그 무엇을 상상하든 매우 스펙터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여름에 있다면? 그리고 여름이 스무 살에서 마흔 살이라 한다면…. 여름은 모든 생명들이 활기를 갖고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시기이다. 한 여름에 매미가 울어대는 도시의 플라타너스 나무나 한적한 시골 마을의 초록이 지겨울 정도의 논과 밭을 상상해보라. 그 푸르름과 싱싱함에 나 자신이 움츠러들 정도로 장대하기도 하고 무한한 생명력을 봄과는 또 다르게 느끼게 된다. 이 시기에는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이 무슨 고리타분한 소리인가 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책을 통한 공부든 실제 여행, 봉사, 연애, 취업 등 활동을 통한 현실 공부이든 아무튼 묻고 따지지도 말고 배워야 한다. 이 시기는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수 있는데 이 여름을 어떻게 땀 흘리며 보냈는가에 따라 가을의 수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 물론 이때는 천재지변이 일어날 수 있다. 때로는 홍수가 나고 역대급 가뭄이 들 수 있으며 전염병이 창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만 겪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 시기에 본인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인연을 맺기도 하고 경험을 하게 되며 쌓았다가 부수는 마치 해변의 모래성 놀이와 같은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휴…. 이제 가을이다. 이제 반은 넘었다. 아쉬운가? 아니면 지겨운가? 가을이 마흔에서 환갑까지의 나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때는 말 그대로 수확기다. 봄에 씨앗을 뿌렸고 여름에 물을 주었던 그 무엇이 이제는 내 눈앞에 적나라하게 그 실체를 드러낸다. 주의할 점은 이 시기에는 그 결과가 무서우리만치 사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제는 애초에 땅이 좋지 않았다거나 천재지변 때문에 그랬다는 말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가을에는 그저 묵묵히 내 과실을 따야 하고 그 책임도 오롯이 내가 져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장할 노릇인 것은 이때는 정말로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그러므로 날카로운 평가보다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이 필요하다. 못났든 잘났든 내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봄, 여름, 가을이 가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겨울이 온다. 겨울에는 모든 자연 만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을 다물고 옷을 여민다. 그런데 인간은 또 다른 봄을 기다리기도 하고 이번 사계절이 마지막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드물게 아직 겨울이 온지 조차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재밌는 것은 어쩌면 겨울이 온지 모른 채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데다가 이때가 되면 겨울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나 조차도 관심이 적어져 그저 살아가면 된다는 점이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른다. 우리가 잠시 봄·여름·가을·겨울의 순서를 뒤죽박죽으로 바꿀 수는 있다. 게다가 그 많아 보였던 시간은 누가 얘기했던 것처럼 한낱 소풍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는 것이 이 긴 여정의 가장 큰 여운이 아닐까 싶다.
/정명규 충남도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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