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출신으로 노동자문학운동 펼쳐

2021년 펴낸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 호평

출판사 설립, 현재까지 다수 인문학 서적 출간

조기조 시인. /효봉재단 제공
조기조 시인. /효봉재단 제공

미국 재단법인 효봉재단(이사장·윤화진 시인)은 ‘제4회 효봉윤기정문학상’ 수상자로 조기조 시인을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모든 장르의 문학인을 대상으로 하는 효봉윤기정문학상은 시상 연도 기준으로 지난 5년 동안 효봉 윤기정(1903~1955) 선생의 문학 정신과 노동의 가치를 드높인 작품 활동, 노동문학과 관련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한 문학인을 선정해 시상한다. 매년 5월1일 노동절에 시상하고 있다.

이번 수상자로 선정된 조기조 시인은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20여 년을 공장에서 기계를 만드는 노동을 했으며, 1980년대 말 구로공단 지역에서 노동자문학운동을 했다. 1994년 제1회 실천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해 시집 ‘낡은 기계’ ‘기름美人’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 등을 냈으며 ‘한국대표노동시집’ 등을 편저했다.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 ‘도서출판 b’를 창립해 현재까지 인문학 중심의 출판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효봉재단은 “2021년 펴낸 시집 ‘기술자가 등장하는 시간’에서 기술(자)로 대변되는 노동(자)의 미세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진중함을 남다르게 보여 줬으며, 오랜 기간 공장에서 기계 만드는 일을 해 온 후 설립한 출판사를 통해 20여 년 동안 노동 관련 문학 서적 등을 비롯한 다수의 인문학 양서를 출간해 노동(자)과 사회에 끼친 공로가 크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심사위원은 앞서 효봉윤기정문학상을 수상한 정세훈 시인을 비롯해 맹문재 시인, 성희직 시인이 맡았다.

조기조 시인은 이렇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윤기정 선생은 염군사를 거쳐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의 맹원이었다. 그의 활약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개척에 있었다. 100여 년 전과 지금의 시대정신은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문학에서 그가 개척한 프롤레타리아 예술이라는 근원적 효시에 내 문학의 지향점이 꽂혀 있다는 점에서 일말의 통시적 동일성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아마도 그러한 지점에서 효봉재단과 효봉윤기정문학상 심사위원회가 나를 수상자로 선정했을 것이다. 이에 감사한 마음이 깊지만, 수상의 기쁨이나 설렘보다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크다. 비슷하다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위하 모든 걸 걸었던 자의 고뇌로 나의 심란한 이력에 덧칠한다는 느낌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효봉 윤기정 선생은 1903년 서울에서 태어나 보인학교에서 수학했다. 1920년 재학 중 장두회와 민영득과 함께 구광단을 조직해 활동하다가 일제 경찰에 발각돼 취조받았다. 1921년 조선일보에 소설 ‘성탄야의 추억’을 발표했다. 1925년 초대 카프 서기장을 지냈으며, 일제의 카프 문인에 대한 1차, 2차 검거에 포함됐다. 1945년 해방 후 카프의 재건을 역설했고 1955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