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닦기도 주사도 ‘마법병원 세계’에선 모험일뿐
직접 출간… 21주 연속 베스트셀러
모든 부모들 공감대 얻은 일상 일화
“딸 커가며 영원한 추억 주고파 시작
예상치 못한 사랑… 얼떨떨·감사”
■ 런던이의 마법 병원┃김미란 지음. 주부(JUBOO) 펴냄. 64쪽. 1만4천310원

비오는날 무지개 지렁이를 만나 마법병원의 세계에 들어가는 런던이. 런던이가 마주한 일상에선 두려움과 불안, 초조한 일이 많지만 이마저도 신나는 모험이 된다.
주사기 귀신, 브로콜리 의사, 북극곰 베개까지. 크고 작은 불편함을 마주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런던이를 쫓는 판타지 동화 ‘런던이의 마법 병원’은 21주 연속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를 기록 중이다.
저자인 김미란 작가와 독립출판사 주부의 공동대표이자 그의 남편인 오영준 대표는 이달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초청받아 전세계 출판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채비까지 마쳤다.
해외에 거주 중인 김 작가는 “예상치 못하게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 아직 얼떨떨하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수화기 너머로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런던이는 이들 부부 딸의 태명이자 애칭이다.
김 작가는 런던이를 출산한 뒤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다. 런던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의 예쁜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런던이가 커가는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를 위한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고 고민 끝에 런던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기로 한거죠.”
그렇게 ‘엄마표 동화책’을 만드는 여정이 시작됐다. 책은 아이가 애정하는 소재를 바탕으로 엮었다. 김 작가는 런던이의 행동, 모습,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책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
“런던이의 모든 게 책에 들어갔으면 했어요. 책을 쓰는 건 처음인데다 욕심이 생겨 우왕좌왕했는데요. 런던이가 책 내용에 대한 피드백도 주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응원도 많이 해줬어요.”

김 작가는 출간하는 과정에서 도서출판사 ‘주부’도 직접 만들었다. 출판사 설립까지 도전한 계기를 묻자 김 작가는 “무지했기에 용감했다”며 너스레웃음을 터뜨렸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는 방법조차 알지 못한 초보였어요. 출판사를 만들겠다고는 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돌이켜보면 런던이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다른 누군가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 오롯이 부모가 힘을 합해 출판까지 했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스토리 기획, 원고 작성, 수정 보완, 출간까지. 어느 것 하나 김 작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는 셈이다. 그렇게 독자들을 만난 ‘런던이의 마법병원’은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끌고 있다. 책은 현재 7쇄 제작을 앞두고 있다.
김 작가에게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얻은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온다. “부모와 아이가 일상에서 겪는 일화를 바탕으로 한 점이 공감을 이끈 듯해요. 아이들이 병원가서 주사 맞는 일과 양치하는 걸 대체로 다 싫어하잖아요. 마법병원을 읽다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변화하기 마련이거든요.”
김 작가는 런던이의 마법병원 후속작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현재 후속작 ‘런던이의 마법학교’를 집필 중이다.
“책을 통해 전세계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게 최종 목표이고요. 특별한 솜씨가 있던 게 아닌데 평범한 주부인 저도 이렇게 해낸거잖아요. 사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뒤 어려운 시기도 있었거든요. 앞으로 저처럼 힘들어하는 주부를 위한 글도 쓰고 싶어요.”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