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중독성 알리는 노력 안해
건보 재정 누수·국민 건강권 침해
2014년 담배회사 상대 소송 제기
2020년 1심 패소 뒤 항소심 준비
캐나다 퀘벡주선 승소 판례 있어

“흡연 피해의 책임은 개인에 있지 않습니다. 담배의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담배회사에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담배회사를 상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소송을 제기했다. 담배회사가 흡연의 위험성과 중독성을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건강보험 재정에 누수가 생겼고, 국민 건강권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다. 소송 금액만 533억원에 달한다. 이는 공단이 30년 이상 흡연한 후 폐암·후두암 진단을 받은 국민 3천여 명에게 지급한 급여비에 해당한다.
현재 공단은 2020년 1심에서 패소한 뒤 법리 보강에 나서며 항소심을 진행 중에 있으며, 오는 5월22일 항소심 12차 변론일이 예정돼 있다. 인천·경기지역 1천600만명의 건강을 책임지는 엄호윤 건보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장은 이번 담배소송이 한국 금연 정책의 주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본부장은 “공단이 금연 문화 조성을 위해 치료지원사업, 캠페인 등을 벌이는 동안 담배회사는 담배로 유발되는 질병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며 “이번 소송은 담배 판매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면서 흡연으로 인한 폐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담배회사에 경종을 울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2021년부터 2년여 동안 공단의 법무지원실장으로도 근무했던 엄 본부장은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명확하다고 했다.
그는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단은 국민들을 건강 위협 요인으로부터 보호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며 “흡연이 암 발생의 주된 원인임은 이미 수많은 연구로 밝혀졌다.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의 진료비 지출 규모도 꾸준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캐나다 등 전 세계 60여 국에서 현재 담배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히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주내 흡연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156억 달러(약 14조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건보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는 지역 내 소비자 단체를 만나 담배소송 홍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교육중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담배소송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지지서명을 받기도 했다.
엄 본부장은 “흡연으로 발현된 질병의 책임은 개인이 아닌 담배회사가 져야 한다”며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기 위한 담배소송을 지역 주민들도 함께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