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 해안 넓은 부지 수출성지
하지만 주민들은 20년간 피해 감수
최근 인근 민간부지 본격 개발 예고
중고차 어디로 보낼지 결정할 시점
포기할 수 없는 산업, 정부 나서야

시민들이 미처 모르는 사이, 인천은 중고차 수출의 성지가 됐다. 연수구 해안도로변의 넓은 부지가 주무대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중고차는 총 63만대, 61억달러(약 7조4천억원)에 이른다. 이 중 70~80%가 인천에서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도 현장에는 약 3만대 정도의 중고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엄청난 물량이다. 인천을 기반으로 외화도 벌고 국위선양까지 한다니 기쁜 소식이긴 하지만 그 현장 앞을 지나다니는 인천시민들의 심정은 그리 편치 않다.
이 지역의 대부분은 바다를 메운 간척지다. 20년 넘게 관광단지, 공원 등으로 도시계획이 바뀌면서 일체의 개발행위를 할 수 없었다. 중고차가 들어오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에서 2000년 초. 나대지 상태인 데다가 인천항이 가깝고 주위에 민가가 없고 접근성도 좋아 업자들이 먼저 눈독을 들였다. 한때 땅의 주인이었던 (주)대우자동차판매가 재고 차를 야적해 둔 곳이어서 자동차에 대한 이질감도 없었다. 별 쓸모도 없던 땅에서 임대료가 나오니 지주들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2010년 들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송도 유원지’에까지 중고차를 채웠다. 송도 유원지는 1970~80년대 수도권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곳이다. 인천 토박이들은 이 때문에 지금도 가슴을 친다.
모두에 언급한 경제적 이익이 온전히 인천으로 돌아오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업계는 이 지역에 소재한 500여 개 업체 중 70% 정도가 서울, 안산 등에 등기를 낸 것으로 추정한다. 인천서 번 돈으로 다른 도시에 세금 내는 격이다. 등록 말소 등의 행정처리 비용은 인천에 낸다지만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다. 중고차들이 쏟아내는 매연과 분진, 폐유 등의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 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주변 불법주차와 외국 업자들의 난폭운전 등은 단속에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인천 특히 연수구 주민들은 경제적 이익보다 더 큰 피해를 20여 년간 감수해 온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이곳은 인천공항에서 내린 방문객들이 육지와 처음 대면하는 지점이다. 최첨단 송도국제도시와 바로 맞닿아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첫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요충지다. 그런 땅을 중고차로 채우고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에 다름 없다. 거기에 최근 인천시는 이 지역 민간부지에 대한 본격적인 개발을 예고했다. 공원 일몰제에 따라 더 이상 개발을 막을 명분이 없어졌다. 그 자리에 아파트와 공원 따위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젠 중고차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최종 결정해야 할 시점이 온 거다. 이에 인천항만공사(IPA)는 2023년부터 인천 남항 일대에 ‘스마트 오토 밸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형 중고차 수출단지다. IPA는 땅 빌려주고 임대료 받고, 민간업자가 시설을 짓고 운영해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사업자에게 부지 소유권이 없다 보니 금융조달이 불가능하다.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 해결도 문제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한지 2년 넘도록 제대로 된 그림 하나 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IPA는 투자 여력 없는 사업자 탓만 하고 민간사업자들은 사업(유예) 기간을 연장해 달라며 아우성이다. 앞으로도 가능성은 난망하다.
중고차 수출산업은 포기할 수 없다. 직간접적으로 4만여 명이 여기에 종사하고 있다. 놔두면 쓰레기 대접밖에 못받는 중고차를 처리해주니 환경적 기여도 무시하지 못한다. 한국차의 가성비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성장 가도를 달리며 아프리카권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머잖아 러·우 전쟁까지 종결되면 황금기가 찾아올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더 체계적으로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를 민간에만 맡길 수도 없고, 인천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그렇다면 이제 중앙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한다. 주요 전략산업으로 인식을 같이해 정부 재정으로 인프라를 건설하고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 보자. 중고차 수출산업이 아픈 손가락이 되지 않도록.
/이상구 인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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