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숭의동 단독주택 ‘경악’
거주자 남성 ‘저장강박증’ 의심돼
구청 신고해도 사유지라 미조치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다니요….”
13일 찾은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한 단독주택. 인천남중학교 담장과 바로 접해 있는 이 주택에선 악취가 풍겼다. 마당을 둘러싼 슬레이트 패널 울타리 너머로는 개들이 짖는 소리도 요란하게 들렸다.
주변 빌라 옥상에서 내려다본 주택 마당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플라스틱 바구니와 박스, 책, 화분 등 온갖 쓰레기가 마당을 뒤덮고 있었다. 쓰레기 사이로 강아지 약 10마리가 마구 짖어대며 뛰어다녔다. 이웃 주민 김모(54)씨는 “매일 밤 개 짖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쓰레기에서 나오는 악취도 심해 창문을 열지 못한다”며 “인근 주민들이 구청과 경찰에 소음과 악취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어떠한 조치도 없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동네 가로등과 담벼락 곳곳에는 ‘구청과 인근 지구대에 아무리 신고해도 서로 조치를 미루고 있다. 민원을 계속 제기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웃 주민들은 이 주택에 사는 고령의 남성이 ‘저장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어르신이 매일 리어카를 끌고 동네를 다니며 쓰레기를 잔뜩 모아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며 “폐지 등을 철물점에 가져가서 팔지 않고 집에 가져가는 걸 보니 물건을 모으고 버리지 못하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저장강박증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미추홀구는 지난 2023년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지난해부턴 저장강박 의심가구를 발굴해 쓰레기를 처리해주고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민원을 받은 구청과 행정복지센터에선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숭의4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민원이 제기됐으나 사유지여서 쓰레기를 치우는 등 조치를 할 수 없었다”며 “해당 주택에 누가 사는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도 “생활 민원은 행정복지센터에서 우선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 민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