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권고·법원 승소 사례
가정LH3단지 입주민 50여명
“재계약시 부당이득” 訴 준비
LH “법리적으로 다퉈 보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거민에게 제공한 임대주택에 일반 국민임대주택 규정을 적용해 재계약 시 보증금 등을 올려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입주민들은 보증금 증액분 반환 등을 위한 줄소송을 예고했다.
13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서구 가정LH3단지 아파트 입주민 50여 명은 LH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가정LH3단지에는 2008년 시작된 가정동 일대 도시개발사업으로 인해 보금자리를 잃은 철거민 다수가 살고 있다. 국민임대주택 우선 공급으로 2012년부터 전체 약 1천500가구 중 900여가구에 철거민들이 입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2년마다 재계약하며 최장 30년을 거주할 수 있다.
입주 자격은 개발사업 고시 등이 있기 3개월 전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 등이다. 다른 국민임대주택과 달리 철거민 우선 공급 가구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라 입주 시 소득 요건을 따지지 않는다.
문제가 된 것은 임대보증금 할증에 관한 규정이다. LH는 철거민 가구 재계약 시 임대보증금 할증에 관한 규정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일반 국민임대주택과 같은 규정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LH는 입주민(철거민)의 소득이 개선됐다며 재계약 시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증액했다.
2022년 이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소득이 개선됐다고 해서 철거민의 임대보증금을 증액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임대주택 계약 갱신 시 소득 요건을 적용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할증한 것은 부당하다”며 LH에 시정을 권고했다. 이후 인천지법도 지난해 11월 A씨가 LH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대해 LH는 항소를 포기하고 A씨에게 증액한 임대보증금 등 973만원과 이자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소식을 접한 다른 입주민 50여 명도 할증된 임대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고유봉 가정LH3단지 임차인대표회장은 “현재까지 소송 위임장을 받은 입주민은 50여 명이지만, 철거민 수백 가구가 살고 있는 만큼 소송에 참여하는 입주민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소송에서 입주민들이 승소하면 LH는 수십억원의 부당이득금과 그 이자를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A씨가 제기한 소송 1심에서 패한 뒤 항소를 포기했던 LH는 줄소송 위기에 놓이자 뒤늦게 법리적으로 다퉈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H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철거민 임대료 할증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어 다른 국민임대주택 입주자와 동일하게 재계약 시 소득 초과에 대한 할증을 적용해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LH가 패소한 (A씨) 사건은 항소하지 않고 보증금 반환 조치를 했지만, 향후 추가 소송들은 사안별로 달라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볼 방침”이라며 “그 이후에는 제도 개선 등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