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용주골 강제 철거에 우려
국제기구 입장 표명 첫 사례

주거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철거에 국제기구가 우려 입장을 내놨다. 용주골 철거 문제에 국제기구가 입장을 표명한 첫 사례다.
14일 유엔여성기구(UN Women)는 본지 질의에 “성노동자도 인권 보호를 받아야 하며,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당사자 협의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유엔여성기구는 유엔에서 성평등 및 여성 인권 증진을 담당한다.
유엔여성기구 대변인(UN Women spokesperson)은 파주 용주골 강제 철거 사태에 대해 “성매매와 성노동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이라며 “유엔의 역할은 모든 여성이 폭력, 학대, 착취, 차별, 낙인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여성기구는 성노동에 대한 관점과 정책이 각국의 사회적·법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운영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특히 성노동자들이 특정한 폭력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과 제도를 통한 보호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공권력의 의사결정 과정에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보편적 인권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뒀다.
또 “매춘과 성노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며 회원국들이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인식한다”고 전제한 뒤 “성노동 및 성매매 정책은 반드시 해당 개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각국의 맥락을 반영하되 포괄적이고 관련 당사자 및 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유엔여성기구의 공식 입장은 그동안 국내 정책 논의에서 성노동자의 인권과 주거권 문제가 사실상 배제돼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지자체의 정책적 목표로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성노동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되면서 인권 보호 논의는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현행법상 성매매가 불법인 상황에서 성노동자들의 인권과 주거권 문제는 공론화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기존 지원 체계는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된 경우에만 적용되며, 자발적 성노동을 주장하는 경우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취약계층과 달리 법적 보호 체계 부재로 인해 강제철거 시 공권력 투입이 쉽게 이뤄지는 측면도 있다.
한편, 성노동자 권익 보호 국제 네트워크인 NSWP(세계 성노동자 네트워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사회 소속인 싱가포르의 Project X도 용주골 사태를 우려하는 입장을 밝혔다. NSWP는 성노동자의 인권 보호와 정책 변화를 위한 국제적 연대를 형성하는 단체로 성노동자들의 법적·사회적 권익 보장을 주요 활동 목표로 삼고 있다.
Project X 관계자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안타깝고 충격적”이라면서 “NSWP도 이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적 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파주시는 올해 46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용주골 건물 매입 및 강제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정책이 건물주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고 성노동자들은 법적 보호 없이 밀려나고 있다는 점(3월8일자 인터넷 보도)에서 우려가 나온다. 이에 용주골 성노동자 여성들은 “당사자인 우리와 논의도 없이 불법이라는 이유만으로 나가라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래는 유엔여성기구 답변 원문
“UN Women recognizes that prostitution and sex work are realities for many women worldwide. Our mandate is to protect all women from violence, abuse, exploitation, discrimination, and stigmatization while ensuring access to health care and essential services.
We strongly condemn all forms of violence, coercion, and exploitation, which constitute human rights violations, and insist that perpetrators be investigated and prosecuted. We recognize that there are diverse perspectives on prostitution and sex work and that Member States adopt different approaches. We align our interventions with gender equality and women’s empowerment principles within national frameworks.
The UN believes that policy choices must protect the human rights of individuals involved in sex work and prostitution and should be context-specific, comprehensive, and developed in consultation with concerned individuals and groups. Noting evidence that individuals in sex work face specific risks of violence, the UN emphasizes that the rule of law must be upheld and that such violence and exploitation must be investigated, prosecuted, and punished as a human rights obligation.”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