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구간 교량 붕괴의 유사사고인 지난해 시흥 교량 붕괴 사고의 재발방지대책을 권고했으나 반년 이상 지난 최근에서야 뒤늦게 추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DR거더의 55m 길이 등 안성 교량 붕괴 사고 원인들로 관측(3월 14일자 5면보도)되는 거더의 안전성 문제들이 이미 해당 대책 내에 대부분 반영돼 있어 정부의 늑장 대응이 사고를 되풀이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안전관리원 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가 지난해 8월 국토부에 전달한 ‘시흥 교량 건설공사 중 거더 붕괴사고 사고조사 보고서’가 건의한 4가지 제도적 측면의 정책 중 3가지는 검토 등으로 아직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미반영된 정책 3개 중 2개가 이번 안성 교량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DR거더의 종류인 PSC I형 거더와 관련된 개선 사안이라는 점이다.
조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PSC (I형) 거더에 대한 횡만곡 기준 정립 및 설계 시 검토 의무화’와 ‘PSC 거더의 형고비에 대한 권고(안) 마련’을 주문했다. 최근 거더형 교량들의 경간장이 갈수록 가늘고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거더 제작 과정의 횡만곡량 검토 의무화와 거더 형식별 형고비 기준을 정부가 마련하라는 권고였다.
지난해 4월 벌어져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친 시흥 교량 붕괴사고는 55m 경간(길이)에 44m까지 가능한 SS거더를 적용해 발생한 횡만곡이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DR거더는 SS거더와 마찬가지로 PSC I형 거더 형태며 두 사고 모두 55m가 적용된 현장에서 사고가 났다.
그러나 국토부는 건의된 대책을 반년 이상 검토만 반복하다 안성 사고 직전인 지난달 초에 착수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군다나 자체적인 정책 개발이 아닌 연구용역 형식으로 추진하는데, 지난달 착수한 용역은 9개월 이상 소요돼 빨라야 올해 말에 윤곽이 나타날 전망이다.
건설기술진흥법 68조를 보면 국토교통부장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중대건설현장사고의 조사를 위해 구성된 사고조사위원회의 권고 또는 건의를 따라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위가 전달한 보고서를 해당 부서가 받아 실무적으로 검토하느라 시간이 소요됐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보고서가 제시한 방안들을 검토·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이미 조사위를 통해 원인과 대책이 드러난 상태에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윤종군(민·안성)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국토위 현안질의에서 “55m 거더 길이가 원인이 된 시흥 사고의 보고서에서 대책들이 결과가 발표된 8개월이 지났지만 국토부는 아직도 검토 중이거나 용역 중이라고 한다”며 “이번 안성 사고도 시흥 사례와 유사할 것이라고 본다. 국가기관이 8개월 넘게 (검토에)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