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이후 행정업무에 부담 더해
“교문 정문까지는 아이들 데리고 나가”
새학기에 20명 일 그만둬 교육청 재채용

“아이가 학원에 안 왔다는데요.”
50학급에 달하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늘봄행정실무사로 일하는 A씨는 학교로 찾아온 한 학부모의 말에 섬찟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늘봄수업을 마치고 태권도 학원에 도착해야 할 아이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하고 학교 늘봄교실을 수색한 결과, 다행히 수업을 듣고 있던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개별 아이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A씨는 토로했다.
그는 “현재 1,2학년만 100여명의 학생들이 늘봄교실에 참여하는데 요일마다 사용하는 교실이 1·2층 교실부터 5층 시청각실까지 다른데다 이동도 많다”고 했다. 이어 “아이마다 학원 일정과 집에 가는 시간이 다르고, 그날그날 학부모가 일찍 데려가겠다는 등의 요구도 생긴다”며 “개별 아이들의 일정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책임까지 떠안게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새 학기를 맞은 도내 초등학교들이 늘봄학교에 참여 학생들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급증한 학생들의 안전사고 관련 책임을 본래 행정 업무를 위해 채용된 늘봄행정실무사가 떠안으면서 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도내 초등학교 1천351곳 중에서 늘봄행정실무사가 배치된 학교는 707곳이다. 기존 방과후와 돌봄교실이 통합 운영되는 늘봄학교의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실무사는 20학급 이상의 학교에 1명씩 배치된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10개 학급 이하에는 초단시간 노동자인 늘봄업무보조를, 11개 학급부터 20개 학급에는 기간제 교사를 뒀다.
그러나 지난 2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하늘양이 교사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강화된 학생들의 안전 귀가 조치 업무를 본래 행정 일을 담당하기 위해 채용된 늘봄행정실무사들이 떠안는 경우가 많아졌다. 박정호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교육선전국장은 “안전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행정실무사들이 오롯이 책임을 지고 있다”며 “20학급 이상은 아무리 규모가 커도 행정실무사 1명만 배치하는 것도 일이 과중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새 학기가 시작된 지 2주가량 지난 시점에 20명 남짓의 늘봄학교행정실무사가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부 교육지원청은 재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도내 한 교육지원청 늘봄학교업무 당당자는 “대전초 사건 이후 자율귀가동의서를 쓰더라도 교실에서 교문 정문까지는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게끔 지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학생 안전에 대한 책임이 늘면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은 행정실무사들의 학생 안전 관리가 채용 당시 공지된 업무 범위 벗어나지 않는다면서도 업무 경감을 위해 새로운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이동과 안전도 늘봄학교 운영·관리 업무에 포함돼 기존 업무 범위에 속한다”면서도 “대전 초 이후 학교장이 채용하는 안전관리 인력을 수요조사로 파악한 600개교에 순차적으로 배치하고 있고, 추가 요구가 있는 학교에 대해 더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