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명짬뽕’의 메인 메뉴인 짬뽕. 2025.3.15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군포 ‘명짬뽕’의 메인 메뉴인 짬뽕. 2025.3.15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디테일의 시대.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질문은 진부하다. 짜장면과 짬뽕에도 종류가 워낙 많기에 이 중 어떤 걸 고를지도 머리가 아프다. 짬뽕은 크게 보면 두 갈래로 나뉜다. 담백함과 깔끔함을 선호하는 이들은 해물짬뽕을, 걸쭉함과 묵직함을 택하는 이들은 고기짬뽕을 지지한다. 군포시 부곡동에 위치한 ‘명짬뽕’은 후자 쪽이다. 해물짬뽕파를 향해 선전포고라도 하듯 간판에 ‘고기짬뽕 전문점’이라고 명시하며 확실하게 노선을 정했다. 메뉴는 단촐하다. 식사 메뉴는 짬뽕과 짬뽕밥, 유니짜장이 전부다. 볶음밥이나 잡채밥은 취급하지 않는다. 중화요리 전문점이 아닌 짬뽕 중에서도 고기짬뽕 전문점으로 범위를 한껏 좁혔다. 이 같은 주인장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명짬뽕은 10년 넘게 고기짬뽕 명맥을 유지하며 지역 내 맛집 반열에 올랐다.

군포 ‘명짬뽕’의 메인 메뉴인 짬뽕. 2025.3.15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군포 ‘명짬뽕’의 메인 메뉴인 짬뽕. 2025.3.15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자극의 시대. 주문과 동시에 주방 내에서 큰 불길이 치솟고 조리사의 웍질이 이어지며 불맛을 입힌다. 이곳에선 12시간 이상 끓인 육수를 베이스로 한 국물에 직접 만든 생면을 활용한다. 짬뽕의 시작은 일단 국물 한 입. 불향도 고기짬뽕 특유의 풍미도 있지만, 임팩트는 다소 떨어진다. 첫 국물 한 입에서부터 느껴지는 ‘나 짬뽕이야’ 식의 강한 어필은 없다. 하지만 면을 먹어 보면 국물과의 조화가 아주 좋다. 국물은 탁월하지만 정작 면은 따로 도는 짬뽕에 잦은 실망을 했던 바, 면에 국물 맛이 배어있는 짬뽕을 찾으면 더없이 반갑다. 이곳이 그렇다. 면만 먹어도 짬뽕의 맛이 그대로 올라온다. 탱글탱글한 면과 진한 국물, 잘게 썰린 고기와 채소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먹기 좋은 맛과 식감을 완성시켰다. 강하게 치고 들어오지 않는다. 부드럽고 은은하게 ‘나 짬뽕이야’라고 속삭인다.

#극단의 시대. 점점 더 양 극단으로 치닫고 선명성이 이목을 끄는 시대지만, 이곳의 짬뽕은 치우침이 없다. 고기짬뽕의 근본은 지키면서도 쏠리지 않고 적절히 중심을 잡는다. 담백함과 걸쭉함의 딱 중간이다. 고기짬뽕계로부터 ‘좀 더 고기짬뽕답게 처신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흑백논리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회색분자라고 욕해도 좋다. 맛있으면 그만 아닌가.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