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공개
1994년 충해로 훼손된 모습 전시
보존 처리 지원 나선 리움미술관
내달 6일까지 ‘활옷’과 함께 선봬

19세기 평안도 일대에서 급제자 일행을 축하하기 위한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감사와 급제자 일행은 평안도 안주목에서 뱃길에 올라 대동강을 건넌다. 제방, 지붕 위, 암벽까지 급제자 일행을 기다리는 구경꾼이 빽빽하다. 급제자는 과거 시험관에게 하례를 올리고 평양성의 동쪽, 부벽루에서 연향을 즐긴다.
관직 생활을 앞둔 선비들을 축하하던 약 200년 전 잔치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조선시대의 8폭 병풍이 제 모습을 되찾고 새 이름을 얻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삼성문화재단과 함께 미국 피보디에식스박물관이 소장한 병풍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의 보존 처리 작업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보존 처리는 약 16개월이 걸렸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는 지난 1994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유길준과 개화의 꿈’에서 관람객을 맞았다.
그러나 당시 병풍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낱폭으로 분리된 8폭은 임의로 배열된데다 벌레가 파먹은 흔적 등 일부가 훼손돼 제작 시기를 특정하거나 그림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병풍은 가장자리가 가장 심하게 소실돼있었다고 한다.
병풍에 있던 1만개 이상의 충해는 보존 처리를 통해 흔적을 감췄다. 리움미술관 관계자는 “그림에 덧대어져 있는 종이에 쌀가루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충해가 생겼는데 쌀가루를 넣어 두께감을 주면 발색이 훨씬 좋아진다”며 “기술적인 요소가 더해진 그림이라는 뜻인데 궁중화원에 필적하는 능력있는 화원이 병풍을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리움미술관은 병풍을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리는 데 집중했다. 병풍의 오래된 안료가 떨어지지 않도록 처리하고 그림 뒤 덧대진 산화된 배접지를 제거했다. 미술사 연구 등을 통해 병풍을 순서대로 이어붙였고 유물의 이름도 ‘평안감사향연도’에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로 바로 잡았다.
다만 여전히 제6폭의 하단부는 비어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리움미술관 관계자는 “보존 처리 지침에 따라 가필을 하지 않았는데 부벽부 아래에 어떤 그림이 있는지 알지 못해 바탕색에 가까운 색상으로 보존 처리 시 결손 부분으로 인한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는 새롭게 되살아났다. 국내 사립 미술관이 해외에 있는 문화유산 보존처리 작업을 지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는 국외 소재 문화유산 보존지원 프로그램 언론공개회에서 “과거에는 문화재가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해외에 있는 문화재를 잘 복원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더 많이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해외 문화재 보존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장에는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보존처리한 조선시대 여성들의 예복인 ‘활옷’도 자리한다.
리움미술관은 다음달 6일까지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와 활옷을 공개한다. 두 유물은 전시가 끝난 뒤 미국 피보디에식스박물관에서 더 많은 세계인을 만나 한국 문화와 보존처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예정이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지금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