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자유전공융합학부
작년 입학생 57.4% ‘전자공학과’
“취지와 달리 대학 다양성 해쳐”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한 뒤 학교를 다니며 전공을 선택하는 인하대 자유전공융합학부에서 특정 인기 학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학년도에 입학해 올해 3월 2학년이 된 인하대 자유전공융합학부생 54명 중 57.4%인 31명이 ‘전자공학과’로 주 전공을 선택했다. 지난해 2023학년도 입학생 55명 중 절반(28명) 가량도 전자공학과로 배정됐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자유전공융합학부생들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학과는 ‘컴퓨터공학과’였다.
인하대는 2023학년도부터 ‘프런티어창의대학’을 신설해 무전공으로 입학한 뒤 1년 동안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듣고 경험을 쌓아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무전공 학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런티어창의대학 중 자유전공융합학부는 인문·자연 계열 구분 없이 53개 학과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전자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로 70% 안팎의 학생이 몰리면서, 40여 개 학과는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한 이모씨(자유전공융합학부·24학번)는 “전자공학과 등 특정 학과 입학을 원했지만 성적과 경쟁률 등을 고려해 자유전공융합학부를 선택한 친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2학기에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다른 친구들에 비해선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23년부터 무전공 제도를 추진하면서 무전공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을 대학혁신지원 평가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정부 기조에 발맞춰 인하대는 기존 자유전공융합학부 외에 단과대학 안에서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경영융합학부 ▲공학융합학부 ▲사회과학융합학부 ▲인문융합학부 ▲자연과학융합학부를 올해 신설했다. 인천대도 융합자유전공대학을 새롭게 만들어 올해 첫 신입생을 뽑았다.
교육부 취지와 달리 무전공 제도가 특정 학과를 선택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오히려 대학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많은 대학생이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찾아 전공을 선택하기보다는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선택하고 있다”며 “무전공 학과가 확대될수록 특정 학과 쏠림 현상은 더욱 강해지고 기초 학문 등 비인기 학과들은 존속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