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사라진 창업자
인천 폐업 상담 작년 1~2월比 2배
전국 철거지원금 1년새 24.1% ↑
“팬데믹 시절 대출 유예기간 끝나
원금 상환 어려움… 재기 도와야”

중고 물품 매입, 인테리어 철거업체 문을 두드리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어난 탓이다. 철거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중고 물품을 사는 창업자는 사라져 누구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천 남동구에서 중고 주방용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홍성욱(33)씨 매장엔 최근 자영업자들의 문의가 빗발친다. 하지만 전부 판매 문의만 할 뿐 매입을 원하는 이들이 없어 수익은 오히려 줄었다. 홍씨는 “매장을 운영한 14년 동안 이렇게 매출이 나오지 않는 건 처음”이라며 “폐업으로 물건을 팔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개업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는 “업소용 냉동고 등 중고 물품은 이미 포화 상태라 당분간 매입하지 않는다. 더 이상 물건을 적재할 공간도 없다”고 했다.
폐업 점포가 늘었지만 철거업체도 마냥 기쁘진 않다. 인천 서구에서 소규모 철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가 내부 인테리어를 원상 복구하는 의뢰가 평년 대비 30~40% 늘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씨의 수익은 이전과 비슷하다. 물가 상승으로 폐기물 처리 비용이 증가했고, 인건비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철거에 들어가는 원가가 늘었는데 대부분 고객이 금전적 부담을 느껴 난감하다”며 “최근 온라인으로 철거를 홍보하는 곳도 증가해 경쟁이 심해졌다. 견적만 확인하고 연락이 없는 고객도 많다”고 했다.
16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점포 철거지원금을 받은 전국 소상공인은 2만9천533명(624억3천900만원)으로, 전년 2만2천404명(488억5천200만원)보다 24.1% 증가했다. 인천만 놓고 보면 지난해 1천699명의 소상공인이 총 34억9천800만원의 철거지원금을 받았다. 전년 1천204명(25억4천100만원)보다 14.2% 늘었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에도 최근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1~2월 진행한 점포 폐업 관련 상담만 90여 건으로, 전년 동기(40건)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폐업 관련 상담은 총 454건으로, 2023년(342건)에 비해 32.7% 증가했다.
중기부 지원과 별도로 인천시는 지난해 소상공인 35명에게 철거지원금을 250만원씩 지원했다. 올해는 400만원씩 30명에게 지원할 예정이다. 인천시 철거지원금은 점포 면적에 대한 제한이 없어 중기부 사업보다 인기가 높지만 예산이 적어 소진이 빠르다. 서현우 인천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장은 “인천시 철거지원금 사업은 지난해엔 10월에 마감됐다”며 “이달(3월) 중 올해 철거지원금 사업을 공고할 예정인데 지난해보다 더 빨리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폐업 소상공인을 위한 재기 지원 컨설팅사업도 신청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폐업 소상공인의 재기에 중점을 둔 정책 발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하운(전 한국은행 인천본부장) 인천사회적은행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 이사장은 “코로나19 확산기 때부터 이어진 정부 보증 대출 상품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원금과 이자 상환이 어려운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있다”며 “소상공인의 재기를 위한 교육·훈련 비용을 지원하거나 업종과 장소를 바꿔 전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자영업자 대출에 낮은 이율을 제공하며 자영업 진입 장벽을 낮춰왔지만 정작 창업 이후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며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 확대를 위한 보험료 지원 등 폐업 후를 대비할 수 있는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조경욱·송윤지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