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저가 철강 국내시장 잠식
고율 관세 이중고 최악의 상황
美, 내달 수입차 세금 부과 예고

인천에 본사를 둔 최대 기업(매출 기준)인 현대제철이 희망퇴직을 검토하며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최근 불거진 한국지엠 철수설에 이어 현대제철 구조조정 등 인천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대기업까지 잇따라 흔들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전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중국·일본산 저가 철강재 과잉 공급,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라는 이중고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제철은 비상경영체제 돌입 배경에 대해 “중국, 일본의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 상황”이라며 “미국이 최근 한국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철강사들의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국제통상 환경 급변에 따라 인천 제조업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의 위축은 물론,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건설업 부진도 인천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은 지난 12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적용한 데 이어 내달 2일부터는 모든 수입차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한국지엠은 미국 등 북미에 전체 생산 차량의 약 95%를 수출하고 있어 관세 부과 시 소비자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부분 물량을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로 단기간 내수 점유율 확대 등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경영 위기 때마다 언급됐던 철수설이 또다시 불거졌다.
‘부품업계 집적’ 남동산단 위기
포스코이앤씨 등 큰 건설사 비상
통상정책 불확실성 산업계 그늘

완성차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되면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집적화된 자동차 부품 업계 등 인천경제 전반의 구조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
한국지엠은 지역총생산(GRDP)의 약 20%를 차지하는 인천 대표 제조업종이다. 부평공장에는 약 1만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완성차 무관세 정책이 폐지되고 수출 차량에 25% 이상 관세 부과 시 한국지엠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한국지엠의 준중형 SUV가 미국 내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만큼 본사에서는 수익 창출을 위해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경제에 체감도가 큰 건설업계의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DL건설, BS한양 등 인천 소재 대형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 오래다.
국내 10대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620억원)과 순이익(510억원)이 전년 대비 각각 69.2%, 71.2% 수준으로 급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산 매각 등으로 부채 비율을 축소하고 경영 지표 개선에 필요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하운 전 한국은행 인천본부장은 “통상정책의 불규칙성·불확실성으로 철강, 자동차 등 인천 산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관세 부과 조치 이후 국가·기업별로 달라진 가격 경쟁력 등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