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가 절실한 지역화폐
정치적 공방 결과물로 예산 책정
국비 줄어 지자체 지출 매년 증가
재정 여건 따른 차등 지원 의견도

지난 2019년 경기지역화폐 체제가 시작됐을 당시 최대 관건은 ‘자립’이었다. 공공이 부여하는 인센티브 없이도 소비자가 스스로 지역화폐를 잘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가능할까. 7년차를 맞은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NO’다. 자립의 길은 여전히 요원하고, 지방자치단체 재정 여건이나 정치적 상황 등과 맞물려 때때로 운영조차 불안정한 게 현실이다.
중앙·지방 할 것 없이 매년 정치적 공방의 결과물로서 지역화폐 예산이 확정된다. 이후 각종 ‘복불복’ 상황이 전개된다. 어느 지자체는 이벤트성으로 높은 인센티브율을 내걸고, 어느 곳은 아예 인센티브 지급을 중단하기도 한다. 높은 인센티브율을 얻을 수 있는 것조차 ‘티케팅’과 같아져 이런 혜택을 누리는 일도 복불복이다. 그렇게 충전된 지역화폐가 본 취지대로 골목 상권에서 제대로 쓰이면 다행이건만, 지갑 속 ‘낮잠’ 신세이거나 상당액은 학원가로 흘러가는 게 현실이다.
지역화폐가 당초 목적대로 지역경제의 ‘효자’ 역할을 제대로 하게 하려면 운영의 안정화가 우선이라는 게 중론이다. 법을 보완해 국비 지원을 포함한 예산 체계를 안정화하고 업종별 가이드라인 등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지역화폐 국비 지원금은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2021년엔 약 2천186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약 174억원으로, 3년새 92% 감소했다. 경기지역화폐 예산에서 국비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2021년엔 17.5%, 2022년 18.1%였지만 2023년 12%, 2024년 6.9%로 하락 추세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매년 줄어들던 국비 지원액이 한 푼도 없다. 지난해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올해 추가경정예산 논의 과정에서도 지역화폐 예산은 최대 쟁점이다. 아예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지역화폐 관련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됐지만, 개정안이 지난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가로막혔다. 올해 개정법안이 재발의됐지만 탄핵 정국 속 서랍 속 신세다.
국비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지자체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올해 3조8천976억원을 발행한다는 목표 하에 1천10억원을 편성했다. 2023년엔 904억원, 지난해엔 954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늘어나는 예산에 대한 재정 부담도 늘고 있다.
대체로 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시·군들은 사정이 더 나쁘다. 도내 지자체간 재정자립도 격차가 큰 경기도에선 국비 감소가 운영상 지역 간 차등을 더욱 확연하게 한다. 한 군 단위 지자체 관계자는 “국비 지원율과 도비 지원율이 매번 달라지다보니 지자체 입장에서는 균일하게 지역화폐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올해는 국비 지원 여부가 하반기나 돼야 확실해질 것 같아,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불편함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법제화하는 것과 함께, 재정 여건에 따라 지자체에 차등적으로 예산 보조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영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화폐의 안정적인 국비 지원이 필요하고, 이와 함께 발행규모 자체가 커져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늘어난다”며 “낙후지역도 마찬가지다. 낙후된 지역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발행규모가 커지면 사용처도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강기정·이영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김지원 기자(경제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