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유리한 강의에 ‘쏠림’ 우려

교사, 세분화된 과목 수 ‘큰 부담’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절대평가를 해야 합니다.”

지난 13일 안양 성문고등학교에서 만난 강태호(사진) 성문고 교사는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해 절대평가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희 수원 매탄고 교사의 생각과 같았다.

이날 인터뷰에서 강 교사는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 교사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내가 이 수업을 들어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 어떡하지’라는 우려가 크다”며 “아이들이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과목을 신청했다가 최종 수강 인원이 적으면 인원이 많은 과목으로 옮긴다. 결국 대입이 우선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강 인원이 많으면 상위 등급을 받는 학생들의 수도 그만큼 많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나의 적성과 희망보다는 현실적으로 성적에 대한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게 된다”며 “절대평가를 하면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인한 교사들의 부담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과목이 다양해지다 보니 수업 준비에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그는 “예전에는 국어 선생님이 국어 과목만 가르쳤다면 지금은 국어와 관련된 과목들이 상당히 많다”며 “그냥 국어를 가르칠 때와 심화된 과목을 가르칠 때는 좀 더 수준 높은 걸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강 교사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과거보다 수업이 많아진 만큼 시험을 치르는 것도 힘든 일이 됐다고 했다.

그는 “과목 수가 많아지다 보니 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들을 관리해야 하는 일부터 학생들에게 시험에 대한 안내를 하는 등 시험을 치르는 것이 예전보다 굉장히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