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구체화 사업 계획 수립·예산 확보
지역 사회 인사들 모여 재조명 논의도

인천시에서 인물 현양 사업을 위해 처음으로 제정된 ‘우현 고유섭의 길’ 조성 조례가 최근 시행되면서, 인천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우현 선생의 발자취를 제대로 조명하려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달 인천시의회가 제정한 ‘인천시 우현 고유섭의 길 조성 및 관리·운영 등에 관한 조례’를 지난 12일 공포·시행했다. 이 조례는 제목 그대로 한국 최초의 미술사가이자 ‘한국의 미’를 정립한 우현 고유섭(1905~1944) 선생이 고향 인천에 남긴 흔적들을 연결해 시민이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할 근거를 규정했다.
조례가 시행됐다고 사업이 곧바로 추진되진 않는다. 사업 계획 수립과 사업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인천시는 조례가 규정한 ‘우현 고유섭의 길’을 검증해 구체화하는 작업부터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현의 길 검증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며 “사업 추진 관련 예산이 빠르면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반영될지, 내년도 사업으로 반영될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례상 ‘우현 고유섭의 길’은 우현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일대를 연결하면서도 인천의 고유한 역사·문화 자원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조례는 ‘우현 고유섭의 길’ 구간을 중구 용동 큰우물(생가터)을 시작으로 미추홀구 용현동·학익동 염전 부지, 연수구 능허대 공원 등 지난해 고유섭 80주기를 맞아 순례길학교가 만든 길을 기반으로 규정했다. 조례상 추진계획 수립 등을 통한 기념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때마침 최근 고유섭 선생에 대한 책을 쓰거나 관련 행사를 추진한 적이 있는 인천 지역사회 인사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우현 고유섭의 길’을 제대로 조성할 수 있을지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미술사의 선구자 고유섭 평전’(2024·한길사)을 쓴 이원규 작가, 순례길학교 교장인 조용주 변호사, 김선학 우현민간단체 대표, 송성섭 우현미학연구소장, 이희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최석호 개항도시 대표 등이다.
이원규 작가는 “우현 고유섭을 추모하는 일을 유족들에게 알려주고 유족들도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우현의 길을 다시 문헌 등을 통해 제대로 고증해 만들고, 이러한 일에 전문가들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송성섭 소장은 “우현을 추모하는 사업에 많은 단체나 인사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우현을 인천이 아닌 전국적 인물로, 세계적 인물로 만들기 위한 이론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용주 변호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학적 길의 조성인 ‘우현 고유섭의 길’이 반드시 성공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모범 사례가 되길 바란다”며 “우선적으로 우현의 길을 정리해 확정하고, 우현의 길을 통해 우현 고유섭의 인물을 상징할 수 있는 여러 시설이나 조형물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인천시의 적극적 지원과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며, 인천에 있는 우현과 관련된 분들이 참여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