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가 딸 화길옹주 혼인 위해 마련한 공간

역사 깃든 국가유산, 6월 시민에 전면 개방

용인집·무교동집 등 소멸위기 한옥도 복원

市,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 운영 계획

주광덕 남양주시장
주광덕 남양주시장

남양주시 한가운데, 영조의 사랑으로 빚어진 고택이 있다. 바로 ‘남양주 궁집’이다. ‘궁집’이란 나라에서 목재와 목수를 보내 지은 집을 뜻한다. 이곳은 조선 21대 왕 영조가 막내딸 화길옹주의 혼인을 위해 마련한 공간으로 화길옹주가 시집간 후 생을 마감할 때까지 7년간(1765~1772년)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남양주 궁집은 가옥이 건립된 절대연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1984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관리돼왔다.

화길옹주는 영조가 60세에 얻은 귀한 자식이었다. 늦둥이 딸을 각별히 아꼈던 영조는 그녀가 19세에 요절하자 조선 왕실의 큰 경사였던 팔순 잔치를 미룰 정도로 깊은 슬픔에 잠겼다고 전해진다. 또 옹주의 장례에 10만냥(현재 화폐가치 약 70억원)을 지출하면서 정조 시기 조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애틋했던 딸이 12세의 어린 나이에 양주군 평내리(현 남양주시 평내동)로 시집을 가게 되자 영조는 옹주를 위해 직접 집을 지어주었다.

시는 이러한 역사가 깃든 ‘남양주 궁집’을 새롭게 단장해 오는 6월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한다. 단순한 공간 개방을 넘어, 딸을 향한 영조의 애정이 담긴 문화유산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현재 남양주시는 궁집 개방을 앞두고 주변 시설을 보수·정비하는 한편, 관람 편의를 높이기 위해 지하주차장도 조성하고 있다. 지하 2층, 총 106면 규모로 조성되는 주차장은 지상을 공원으로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시민들이 더욱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보행 친화적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가유산을 공개하는 일은 단순한 보존을 넘어 시민과 함께하는 ‘살아 있는 역사’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궁집 개방 역시 문화유산을 박제된 유물이 아닌 전시관·공연장·체험 공간 등으로 활용해 그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남양주 궁집이 자리한 공간에는 용인집, 무교동집, 다실, 군산집 등 소멸 위기에 처했던 전통한옥들이 함께 이전·복원됐다. 남양주시는 이 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궁집 개방과 함께 더욱 풍성한 문화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고택·종갓집 활용사업’은 화길옹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조선시대 왕실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남양주 궁집 서포터스와 시민 배우들이 참가자들과 함께 직접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이 사업은 국가유산청의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 공모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역 곳곳에 잠자고 있던 국가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영조의 막내딸, 화길옹주가 보내온 청첩장’이란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남양주 궁집 강사 심화과정을 비롯해 ▲화길옹주 시집가는 날 ▲화길옹주 혼례준비 하는 날 ▲화길옹주 태교 수업받는 날 등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먼저 ‘화길옹주 시집가는 날’에서는 미션형 체험 연극 ‘화길옹주 혼례식’이 열린다. 이어 ‘혼례준비 하는 날’에는 남양주 지역 무형유산인 계명주에 화길옹주가 즐겨 먹던 오디와 남양주 특산물 먹골배를 조합한 ‘화길옹酒’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태교 수업받는 날’에는 궁중 건강체조, 전통조경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마련될 예정이다.

문화유산은 현재와 미래 세대가 계속해서 의미를 찾고 활용해야 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이를 시민들과 공유함으로써 보존과 활용의 균형을 이루고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 왕실의 사랑이 담긴 고택이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것, 이는 곧 남양주시가 시민들에게 보내는 또 하나의 애정 어린 손길이 아닐까.

앞으로 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아 고택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역사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길 바란다. 남양주의 소중한 문화유산 궁집에서 오래도록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기를 기대해 본다.

/주광덕 남양주시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