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상이 역할 할 수 없는 상황
한국 외교·안보 정체 상태 머물러
일부 나라, 참가에 회의적 시각도
정부·정당 협력과 국민통합 이뤄
성공 개최로 국제적 위상 높여야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한국 외교와 안보는 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외교, 안보, 국방분야에 국가 정상이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5년 초 세계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특히 미국 대외 경제정책은 반도체를 포함하여 철강과 자동차 관세를 재조정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제정치에서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황과 중동 정치의 변화가 일어나며,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 강화와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대북 정책이 한반도 주변 정세도 복잡하게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올해 대한민국 경주에서 개최될 ‘제32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국가는 한국 국내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불안정이 지속될 경우, 회의 개최와 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기도 한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21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단, 기업인, 언론인 등 약 6천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고위관리회의, 정상회의 등 주요 행사도 진행될 것이다. APEC은 분야별 장관회의와 경제인자문위원회(ABAC) 등 200여 개의 회의를 연중 분산해 개최하는데 그중에서 정상회의는 가장 중요한 행사다. 회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와 각국 외교부가 주관하는데 올해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이 주최국이다.
‘제32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역사적 도시 경주에서 개최한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APEC에 가입해 주요 회원국으로 활동하며 경제 협력과 발전에 기여해 왔다. APEC은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경제적 협력 촉진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무역과 투자 자유화, 경제 기술 협력,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한다. 회원은 총 21개국으로 이들 국가(지역) 인구는 전 세계의 약 36.87%를 차지하며 경제 규모는 세계 GDP의 약 61.85%에 달한다. 인구 면에서 중국이 약 14억1천만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약 3억3천491만명, 인도네시아가 약 2억8천119만명으로 뒤를 잇는다. APEC 회원의 경제 규모는 미국이 약 27조721억달러로 가장 크며 중국이 약 17조795억달러로 2위, 일본이 약 4조204억달러로 3위이다. 이어 캐나다(약 2조142억달러), 멕시코(약 1조789억달러), 호주(약 1조728억달러), 대한민국(약 1조713억달러), 인도네시아(약 1조371억달러)가 큰 경제 규모를 갖는다. 그 외 대만(약 1조622억달러), 태국(약 5천149억7천만달러), 말레이시아(약 3천997조1천만달러), 필리핀(약 4천371억5천만달러), 베트남(약 4천297억2천만달러), 싱가포르(약 5천14억3천만 달러) 순이며 소규모 경제를 가진 회원은 홍콩(약 3천808억1천만달러), 뉴질랜드(약 2천521억8천만달러), 페루(약 2천676억달러), 파푸아뉴기니(약 307억3천만달러) 그리고 브루나이(약 151억3천만달러)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APEC 정상회의를 두 차례 개최한 바 있다. 1991년 서울에서 열린 제3차 APEC 장관회의에서 ‘APEC 서울 선언’을 통해 APEC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고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는 ‘부산 로드맵’을 채택해 APEC의 장기적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했다. 2025년은 대한민국이 APEC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경주를 중심으로 제주, 인천 등에서 관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회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으로 디지털 경제, 기후 변화 대응, 무역 및 투자 협력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룬다고 한다. 이번 APEC 회의는 20년만에 한국서 열리는 정상회의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경제 협력을 강화할 중요한 기회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 이후 여야 간의 갈등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야 할 정부와 의회 역할을 약화했고 국민은 혼돈 속에 이제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빨리 정부와 정당 협력과 국민 통합을 이뤄 경주서 열리는 ‘제32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효과적으로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마쳐 ‘다시 한번 신뢰의 대한민국’으로 일어서야 한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대만 중앙연구원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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