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전쟁-트럼프 무역정책
치열한 산업 경쟁과 정치 혼란 속
단순 정책 아닌 담대한 비전 필요
국내 현실과 국제 정세 파악하고
장기 관점서 선호 미래 수립해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무역 정책으로 인해 세계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정치적 혼란이 더해지면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신속히 대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일본총리와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는 트럼프의 보복관세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이다 쫓겨나는 모습을 전 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반면, 우리는 탄핵 국면 속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정상외교를 원활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미 간의 주요 현안도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가올 미래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서 불확실성이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AI)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DeepSeek)’를 발표하며 미국에 충격을 주었고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와 TSMC에 밀리고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이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떤 미래전략을 펼쳐야 할까? 정부와 여러 연구기관이 미래비전을 제시해 왔다. 2006년 참여정부는 ‘함께 가는 희망 한국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미래상을 제시했고, 2022년 국회 미래연구원은 ‘2050 대한민국 미래전망과 대응 전략’을 내놓았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미래비전은 정권이 교체되면서 빛을 보지 못했고 국회 미래연구원의 보고서 역시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치열한 산업 경쟁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대한민국이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담대한 미래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비전을 수립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우리나라의 현실과 경쟁국의 상황, 국제 정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다. 제조업과 IT·바이오·문화산업에서 일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과 초고령화사회 진입, 심각한 정치적 갈등, 수도권 집중화, 북한과의 대치 상황 등 내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중국의 경제 성장과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 대만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이 우리에게 닥친 도전 과제다. 두번째로 최소 30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이 선호하는 미래를 그려야 한다. 선호 미래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실행해야 대한민국은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또한 최상의 유토피아적 미래뿐만 아니라 최악의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정책 마련도 미래전략 수립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으로 ‘평화와 민주주의가 활짝 핀 차별 없는 선진 문화강국’을 제안한다. 이는 경제적·문화적·군사적으로 강한 나라를 의미하며 세계의 선도 국가가 된다는 뜻이다. 반면, 최악의 미래는 ‘갈등과 투쟁으로 점철된 쇠퇴 사회’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대한민국이 경제 성장의 동력을 상실하고 경쟁국에 뒤처지면서 국민소득이 감소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는 상황을 말한다. 다양한 가변성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욱 멀리 내다봐야 한다. 미래를 그리지 않으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할뿐 국가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단기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 관계를 넘어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번영을 이루고 세계 속에서 당당한 선진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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