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수습 제도 개선 촉구

여수 해상 서경호, 수심 82m 침몰

인하대생 박미령씨 국회 청원 호소

전남도청 10억 지원으로 22일 수색

“침몰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저희 아버지는 아직 차가운 바닷속에 계세요….”

제22서경호 침몰 사고로 실종된 항해사 박기태(58)씨의 딸 박미령(23·인하대학교 대학원생)씨는 “선사 측이 잠수사를 투입할 돈이 없다고 해 지금까지 선체 내부를 수색하지 못했다”며 “선사의 재정이 어려우면 침몰 사고 실종자도 찾지 못하는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9일 새벽 1시41분께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14명이 탑승한 139t급 어선 제22서경호(이하 서경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4명은 생존했으나 5명이 끝내 숨졌으며 항해사 박씨 등 5명은 아직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달 9일 발생한 제22서경호 침몰 사고로 실종된 박기태(58)씨가 딸 박미령(23)씨와 함께 찍은 사진. 인하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과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미령씨는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 진상조사와 조속한 구조 등을 요청하는 국회전자청원 게시글을 공유하고 있다. /박미령씨 제공
지난달 9일 발생한 제22서경호 침몰 사고로 실종된 박기태(58)씨가 딸 박미령(23)씨와 함께 찍은 사진. 인하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과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미령씨는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 진상조사와 조속한 구조 등을 요청하는 국회전자청원 게시글을 공유하고 있다. /박미령씨 제공

인하대 전기컴퓨터공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미령씨는 사고 당일 새벽, 부산에 사는 사촌 언니로부터 “너희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항해사 박씨는 원래 부산에서 다른 어선의 선장으로 일했는데, 서경호 항해사 대신 그날 일을 하러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미령씨는 끝내 ‘아버지가 구조됐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 사고로 가족을 잃은 박씨 등은 선박이 침몰했을 때 신속히 실종자들을 수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서경호는 수심 82m 해저에 있다. 선박 내부를 조사하기 위해선 민간 전문 잠수사가 투입되어야 한다. 해경은 관련 장비가 없어 수심 60m까지만 진입할 수 있다. 선사가 민간 잠수사를 투입할 비용이 없다고 해 지금껏 수색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전라남도청이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사고 발생 43일 만인 오는 22일 첫 해저 수색이 시작된다.

전남 여수해양경찰서는 제22서경호 침몰 사고로 실종된 5명을 수색하고 있으나, 해경 잠수사는 수심 60m까지만 진입할 수 있어 수심 82m 해저로 침몰한 서경호 선체 수색은 진행되지 못했다. /박미령씨 제공
전남 여수해양경찰서는 제22서경호 침몰 사고로 실종된 5명을 수색하고 있으나, 해경 잠수사는 수심 60m까지만 진입할 수 있어 수심 82m 해저로 침몰한 서경호 선체 수색은 진행되지 못했다. /박미령씨 제공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가 관장하는 ‘어선원재해보험’을 개선해 선박 소유주의 재정 상황과 관계없이 긴급 구조 작업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해경 잠수사가 해저 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해양경찰청이 심해 잠수사를 양성하고 전문 장비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령씨는 재학 중인 인하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 국회전자청원 게시글을 공유하며 동문들에게 청원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17일 이 청원글에 1만7천여명이 동의했다. 오는 29일까지 5만명의 동의를 얻어야 청원이 정식 접수된다.

미령씨는 이날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전남도청의 지원 덕에 곧 해저 수색이 시작되지만 현행 제도라면 영영 수색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인하대 학우 등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서경호 침몰 사고 발생 후 해군과 협력하며 최선을 다해 수색·구조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에 공감하나, 현 제도에서는 선사 측이 책임을 지고 심해 잠수 등 관련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선아·정운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