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전망 강화 과제로

 

신입 공채서 동종업계 경력 핵심

중고 신입과 경쟁 심화 ‘막막’ 속

네이버 등 정규직 경력제한 ‘기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모습. /연합뉴스

“인턴이랑 계약직만 해 와서 엄두도 못 냈는데 이번에 겨우 기회가 생긴 거죠.”

수원시에 거주하는 A(20대 후반)씨는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입사 지원서를 작성하며 안도했다. 17일 오전 11시 마감한 네이버 신입 공채에는 ‘정규직 경력 1년 이하의 기졸업자’ 등이 지원할 수 있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었다.

A씨는 “요즘 취업하려면 ‘중고신입’들이랑 경쟁해야 해서 막막한데, 정규직으로 일한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마음 편히 지원할 수 있었다”며 “졸업하고 뒤늦게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런 조건이 그나마 숨통을 틔워준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신입 공채에서도 인턴·계약직 경험을 넘어 동종업계 경력이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신입 채용에서도 실무 경험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면서 경력이 없는 취업 준비생들은 기존 공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원시 산업별 일자리박람회가 열려 구직자들이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수원시 산업별 일자리박람회가 열려 구직자들이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이런 흐름 속에서 네이버처럼 ‘정규직 경력 제한’을 둔 일부 대기업·중견기업 사례는 실무 경험이 부족해 기회를 얻지 못했던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오히려 돌파구가 되고 있다.

다만, 이런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며 현재 대다수 기업은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OJT(현장교육)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기존 경력직보다 낮은 연봉으로 실무 경험이 있는 인력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2025년 상반기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규 입사자의 28.9%가 이미 정규직 경력을 보유한 중고신입이었다. 이는 2023년(25.7%)보다 3.2%p 증가한 수치다.

신입 채용 시장에서도 중고신입과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은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15~29세)은 50만4천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 본부장은 “이번 통계에서 나타난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 증가에는 경기 둔화, 채용 트렌드 변화, 청년층 특성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특히 신입 채용이 축소되고 경력직 위주의 채용이 강화되면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일부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거나 장기적으로 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군으로 분절돼 있어, 한번 중소기업군에 진입하면 상위 기업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은 구직을 포기하거나, 중고신입과 경쟁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험을 쌓는 등 노동시장 내 청년층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채용 시장 흐름 자체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일 경험 사업 확대와 노동시장 진입 기회 보장 등 고용 안전망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