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23곳 대상 안전점검 진행
기온 변화 심화땐 지반 약화 쉬워
낙석 방지·배수로 등 선제 조치를

18일 오전 수원시 이의동 버들치 터널 앞. 낙석 방지망으로 덮인 가파른 경사면 위로 새벽부터 내린 습설이 쌓였다. 곳곳에 나무가 빽빽이 심겨 있지만, 해빙기를 맞아 지반이 수분을 머금으면서 경사가 불안정해진 모습이다.
이곳은 수원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급경사지로 길이와 높이가 각각 205.4m·219.0m에 이른다. 터널에서 500m가량 내려오면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뒤에는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옹벽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해빙기에는 이런 인공 구조물도 완벽한 방어막이 되기 어렵다. 지반이 느슨해진 상태에서는 작은 충격으로도 토사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이날 새벽 경기도 전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폭설이 해빙기와 맞물리면서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일반적으로 경사도 34° 이상 또는 높이 5m 이상의 비탈면을 급경사지로 분류하는데, 눈이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다 보면 이런 급경사지의 지반이 불안정해진다. 밤새 내린 눈이 토양에 스며들면서 무게를 더하고, 기온이 떨어져 땅이 다시 얼면 균열이 생겨 토사가 쏟아질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도내 곳곳에서는 해빙기 급경사지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수원시는 전문가와 동행해 관내 23곳의 급경사지를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며, 오는 28일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광명시·이천시 등도 정기적으로 점검을 실시하며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해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빙기에는 기온 변화가 심해져 지반이 약화되기에 정기적인 점검과 보강 작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대형 비탈면이나 급경사지는 낙석 방지시설, 배수로 정비 등 선제적인 안전 조치가 필수라고 짚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해빙기에 또다시 눈이 내리면서 흙이 이완될 우려가 커졌다. 산사태나 낙석 위험이 높아지기에 급경사지 사전 점검과 배수로 관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위험 급경사지 주변으로 낙석 방지망과 경고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 점검해야 하며, 나무 뿌리가 약해지면서 쓰러질 위험도 커지는 만큼 추가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