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공정·바이오 위탁 생산
산업 구조 혁신 취약·자생 어려워
인천연, 벤처 유치해 다양성 확보

인천시가 반도체·바이오 등 지역 주력산업의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른바 생산 영역에 해당하는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분야와 바이오 위탁생산(CDMO) 관련 분야에 집중돼 산업 구조 혁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키징과 CDMO 분야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인천의 산업구조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차별화된 기술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천시는 올해 반도체·바이오·자동차 등 지역 주력산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역지능화 혁신인재 양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반도체 패키징, 바이오 공정 분야 등에 종사하는 인천지역 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각 산업의 생산 수준을 고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도체와 바이오는 인천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 산업이다. 지난해 인천의 반도체 수출액은 176억9천만달러로 모든 수출 품목 중 1위를 차지했다. 바이오 의약품 수출액도 지난해 기준 55억5천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 품목이 인천 전체 수출액(지난해 595억5천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그러나 인천의 반도체·바이오 산업은 주문을 받아 위탁생산하는 ‘하청’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이끌고 있는 패키징 분야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원형 판)와 회로기판(PCB)을 결합한 뒤 성능·품질 검사까지 마무리하는 반도체 제작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으로 상징되는 CDMO 분야도 신약 물질을 발굴한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물량을 수주해 위탁 생산하는 영역에 속한다.
반면 각 분야의 원천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기반은 취약하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술은 반도체 설계(팹리스) 영역, 바이오 산업의 핵심 기술은 신약에 쓰일 물질을 발굴하는 영역이다. 반도체의 크기를 줄이면서 성능을 끌어올리는 설계 능력이나 신약 물질을 찾아내는 기술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패 가능성도 높지만,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인천에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은 없다.
지난해 인천이 바이오 특화단지에 선정되며 지역 바이오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토대로 의약품 생산 규모를 늘릴 여건이 마련됐지만, 지금처럼 고객사로부터 신약 생산 물량을 수주받는 구조에만 머물면 자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의 반도체 산업 환경도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연구원이 2023년 지역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연구개발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대기업 패키징 업체에 집중된 인천 반도체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려면 팹리스 기업을 육성 또는 유치해 지역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시 조사를 진행한 인천연구원 윤석진 연구위원은 “팹리스 벤처기업이 성장할 여건을 지원하고 기업 유치에 나서야 반도체 산업의 다양성이 확보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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