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기 ‘글로버 가문’ 앨범 160장 담아

인천 배경도… 관동갤러리서 동명 사진전

글로버 가문 앨범에 수록된 인천에서 촬영한 하나 글로버(맨 왼쪽 서양 여성)와 월터 베넷(가운데 서양 남성)이 등장하는 사진. /관동갤러리 제공
글로버 가문 앨범에 수록된 인천에서 촬영한 하나 글로버(맨 왼쪽 서양 여성)와 월터 베넷(가운데 서양 남성)이 등장하는 사진. /관동갤러리 제공

■ 글래버 앨범 속의 개항기 조선┃류은규, 도다 이쿠코, 야마다 유카리 지음. 토향 펴냄. 160쪽. 3만원

황소 등에 얹힌 길마에 올라타고 환하게 웃는 세 명의 서양인. 그리고 소를 끄는 조선인 남성들 앞에 영문도 모른 채 앉혀진 듯한 표정의 아이들. 대형 유리건판으로 구도를 잘 잡아 찍은 한 장의 사진은 구한말 조선의 현실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 맨 왼쪽의 서양 여성은 개항기 일본 나가사키에서 인천으로 건너와 40여 년을 살다 인천에서 잠든 하나 글로버 베넷(Hana Glover Bennett·1876~1938)이고, 그 옆은 영국 홈링거상회 직원인 남편 월터 베넷(1868~1944)이다.

1897년 나가사키에서 인천으로 이주한 이들 20대 젊은 부부가 당시 촬영하거나 수집한 사진 160장을 엮고 설명한 책 ‘글래버 앨범 속 개항기 조선’이 최근 출간됐다.

지난해 2~3월 일본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지역과학연구소가 인천에 있는 관동갤러리에서 개최한 ‘인천 영국영사관과 하나 글로버 베넷’ 전시(2024년 3월14일자 15면 보도)를 계기로 나가사키에서 보존되고 있는 글로버 가문의 가족 앨범의 존재가 확인됐다. 관동갤러리 도다 이쿠코 관장과 류은규 사진작가가 글로버 가문을 연구한 야마다 유카리 나가사키종합과학대 교수와 함께 앨범 속 사진들 가운데 인천을 비롯한 개항기 조선의 모습을 담은 160장을 추렸다.

앞서 설명한 하나 글로버와 월터 베넷의 사진 속 배경도 인천이다. 이들이 인천으로 건너왔을 즈음 촬영한 사진으로 추정된다. 조선 말 풍경과 민속 사진, 부산·목포·원산 등 개항장은 물론 갑신정변 실패 후 암살된 김옥균의 효수, 명성황후 장례식, 러일전쟁 당시 인천항 등 이들 부부가 수집한 사진들도 있다. 당시에도 유명한 기록 사진을 사진관에서 판매했던 모양이다.

“월터 베넷과 하나 글로버가 인천으로 건너온 1897년은 대한제국이 수립되면서 사회가 크게 요동치던 시기였다. 복잡한 상황을 파악하려던 29세의 월터와 21세의 하나에게 사진관에서 판매하는 사진이 귀중한 정보가 되었다.” (7쪽)

글로버 가문의 앨범은 하나의 이복 형제인 쿠라바 토미사부로(1870~1945)가 도서관에 기증해 지금까지 보존됐다. 처음 공개되는 다양한 사진들은 당대 풍경과 상황을 보여주는 사료로서 연구 가치가 있어 보인다. 관동갤러리는 오는 28일부터 5월5일(금·토·일요일 개관)까지 책 속 사진들을 선보이는 동명의 전시도 개최할 예정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