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용성의 핵심은 ‘진압시점·사용자’
2015년 강화 캠핑장서 인명 참사
야영장 텐트에 비치 의무화 개정
제도의 빈틈, 인식변화로 메워야
인천소방본부와 경인일보는 지역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생활 속 소방장비의 유례와 활용, 화재 안전을 위한 대처법 등을 총 12편에 걸쳐 소개한다. 송병준 소방위의 기고를 통해 연재되는 이 코너는 격주로 한 차례씩 게재된다.


2015년 3월 22일, 인천 강화도 한 캠핑장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 화재사고로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고, 두 명이 중상을 입었다. 가족여행의 설렘이 한 순간에 참극으로 변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텐트 내부에서 시작된 불꽃은 3분이 채 되지 않아 곧바로 텐트의 절반을 집어삼킨 화염이 되었다. 그제야 주변 사람들이 화재를 발견해 텐트 안에 있던 어린이를 구조하고, 캠핑장 한 곳에 보관하던 소화기를 찾아와 분사했다. 물을 떠와 불을 꺼보려 했지만 이미 커져 버린 화재엔 역부족이었다.
사고 직후 언론에서는 텐트의 방염 미비와 바닥 난방용 전기 패널의 미인증 문제 등 법적 허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관광진흥법이 개정되어 야영장은 안전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게 되었다. 특히 그간 업주 자율로 구비하던 소화기를 텐트 2개당 1개 이상 비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소화기를 텐트에 두도록 한 제도의 변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최초의 소화기는 기원전 3세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발명가인 크테시비우스가 만든 ‘Syringe’ 펌프라 할 수 있다. 고대 주거환경의 화재위험과 야영장의 화재위험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불은 조리와 난방, 조명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가까운 만큼 편리하고, 가까운 만큼 위험했다. 크테시비우스의 발명품은 잦은 빈도로 발생하는 주거공간 화재에 즉시 대응하기 위해 휴대와 조작이 용이하도록 고안됐다. 복사열 범위 밖에서 물을 분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사용 전 물을 채워 넣어야 했고 너무 적은 양의 물만 분사할 수 있는 치명적 한계가 있었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소화기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성능과 신뢰성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화했다. 그러나 현재의 소화기 역시 분명한 한계가 있다. 분말 약제는 바람에 날리기 쉽고, 사용시간이 10초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소화기의 본질 역시 변하지 않았다. ‘즉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직접 들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소화기 효용성의 핵심은 여전히 ‘사용시점’과 ‘사용자’에 달려 있다. 소화기를 텐트에 두도록 한 법 개정은 소화기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 것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소화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위와 같은 소화기의 한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위험과 화재진압 가능성을 평가해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야영장의 화재위험에는 여전히 제도적 빈틈이 존재하고 법만으로 막을 수 없다. 제도의 빈틈은 인식의 변화로 메워야 한다. 인식의 변화는 불이 나기 전 꼬리를 무는 물음으로 시작될 수 있다.
‘만약 내가 있는 장소에서 불이 난다면 어떤 이유때문에 불이 날까’ ‘입구에 불이 나면 다른 통로가 있을까’ ‘불이 난 걸 알게 된 때 소화기는 어디에 있을까’ ‘소화기를 사용한다면 효과적일까’ ‘진압에 실패한다면 그 다음 대책이 있을까’. 질문의 답을 찾다보면 소화기의 사용뿐 아니라 화재에 맞서는 합리적인 준비를 할 수 있고, 숨겨진 위험요소를 찾을 수 있다.
/송병준 인천소방본부 영종소방서 용유119안전센터
■송병준 소방위 인천 영종 소방서 용유119안전센터
▲인천소방학교 교수요원(2019. 05. ~ 2020. 02.)
▲중앙소방학교 교수요원(2020. 02. ~ 2023. 3.)
▲도서출판 부키 ‘소방의 역사’ 저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