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과실치사 유죄 판결 영향
예약 취소 잇따라… 손해 떠안아
최근 경기도 내 한 청소년수련원에서 만난 부원장 A씨는 “일주일 사이에 학교 3곳이 예약을 취소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체험학습을 예약했던 학교 30여곳 중에서 이번 주에만 10%가량이 취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학기 초를 맞아 하루 5건씩은 오던 학교의 예약 문의 전화도 일주일에 2~3건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학교의 체험학습 중단 사태를 타개할 방향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초등학교는 아예 문의가 끊겼다”며 “코로나 때는 이 시기가 지나가면 나아질 것이란 믿음이 있어 직원들과 도시락 배달 장사를 해가며 버텼는데, 지금은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잡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이 사고로 숨진 사건과 관련 인솔 교사가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개별 학교에서 체험학습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학교들이 찾는 대표적인 체험학습 장소인 수련시설 예약 역시 줄어들면서 운영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강원도 속초의 한 테마파크로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초등학생이 후진하는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인솔교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부는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금고 6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지난달 선고했다.
이에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 학교 밖 체험활동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로 인한 법적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지면서, 체험학습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학교가 나타나고 있다. 당국은 안전의무조치를 다한 교사에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방향으로 학교안전법을 개정했지만 교사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이 여파는 학교의 발길이 끊긴 청소년 수련시설의 곡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도내 수련시설은 134곳에 달하는데 이 중 10%가량이 공공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민간시설이라고 경기도청소년수련시설협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학교는 예약 취소에 대한 손해를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도내 다른 수련시설 관계자는 “학교는 한 번 찾아오면 다음해 일정을 예약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임박해서 예약을 취소하니 타 학교를 받을 수도 없다”며 “게다가 체험학습은 수익자부담 행사라 별도의 예약금도 없어 취소하면 끝이다. 다음 계약에 영향을 미칠까 학교에게 위약금을 요구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