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5.3.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5.3.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먼저 지정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에 미칠 영향과 변수 등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헌법학자 대부분은 두 사건의 탄핵사유가 달라 선고 결과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도 한 총리 결정문 내용에 윤 대통령 결과를 가늠할 사안들이 포함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음주 중후반으로 전망되는 윤 대통령 심판 결과를 두고 ‘인용(파면)’ 쪽으로 우세하게 점치는 반면 ‘의원 체포 지시’ 등 사실관계 판단이 어려운 사안들도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20 /헌법재판소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20 /헌법재판소 제공

韓·尹 사안은 각각 별개…결정문 내용에 따라 짐작은 가능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도 재판관 평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관해 논의를 진행했다. 한 총리 사건의 선고일이 24일로 지정되면서 해당 탄핵심판 결정문의 세부 내용을 다듬는 작업도 함께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건에 대해 국회가 헌재에 청구한 탄핵소추 사유가 각각 다르다는 점에서 인용, 기각 등 직접적 선고 결과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사안이 일부 사유와 변론 내용에 포함돼 있어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결과를 예측할 만한 요소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사태의 전체 부분 중 하나로 한 총리의 결정을 발표하는 것이다. 전체 중 일부이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며 “한 총리의 결정문을 읽으면 윤 대통령의 결정문 내용을 짐작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한 총리에 대해 5가지 탄핵 사유를 소추문에 명시했는데, 그중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관련 위헌·위법 행위와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가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포함된 7가지 위헌·위법 내용 중 국무회의 부재 등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 위반 사항과 국회의 무장병력 동원 내용 등이 관련성이 큰 상황이다.

앞서 한 총리는 지난달 19일 진행된 변론에서 “대통령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 사전에 몰랐고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으며, 군 동원에도 일절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부장판사 출신 고일광 변호사는 “한 총리가 공모했다는 사실이 사유 중 하나로 들어갔다. 헌재가 만약 해당 판단을 굳이 한다면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변수가 있다”며 “반면 공모했다는 사실관계가 조사 상황이라 짧은 탄핵심판 심리 가운데 정확한 판단이나 결론이 결정문에 나올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尹 12·3 비상계엄 ‘위헌’ 우세, 여전히 ‘미궁’ 관측도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이르면 다음주 중후반으로 관측된다. 선고 2∼3일 전에는 당사자에게 선고일을 통지하는 것이 관례인 점을 고려할 때, 한 총리의 선고일인 24일 윤 대통령의 선고기일을 발표할 경우 26일 일정이 가장 빠르다.

경인일보가 7명 이상의 헌법학자 및 전문가에게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자문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인용’을 전망했다.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국회의 줄탄핵, 입법 폭주로 인한 국정마비’ 등 비상계엄 선포 사유가 헌법에 명시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의 절차적 하자와 국회에 군과 경찰을 투입하는 등도 위법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헌법 77조 1항을 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12·3 비상계엄 자체와 포고령 등은 모두 중대한 위헌 사안이다. 특히 국회로 군과 경찰을 투입해 봉쇄한 행위 등은 사실상 장기집권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까지 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생중계로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내용을 전국민이 봤다. 위헌적 요소가 생중계된 것”이라며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은 법에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전시사변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게 과연 대통령의 주장만으로 되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판단 사안”이라고 짚었다.

반면 변론 과정에서 11차례의 변론을 거치며 제기된 각종 의혹과 쟁점들로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의원들을 끌어내라’와 ‘국회 봉쇄’ 등 위헌적 지시에 대한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리며 재판관들의 해석에 따라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과는 끝까지 예측할 수 없다”며 “비상계엄 선포 자체만으로 파면할 만큼 중대한 불법인지에 대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인 ‘의원 끌어내라 지시’에 대한 사실관계가 인정되면 그 자체만으로 파면할 사유다. 다만, 변론 자체가 부실하고 졸속으로 진행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