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장애예술인그룹전’ 내달 23일까지 성남아트센터
권순욱 등 경기도내 활동 10명 작품 70여점 ‘잔잔한 울림’
전시장 문턱 없애고 오디오가이드 마련… 작업과정 영상도

“장애 예술가는 대개 기술을 배운 게 아니거든요. 표현하고 싶은 형태와 색채를 그대로 화폭에 담아내는 겁니다. 그들의 작품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이유죠.”
발달장애인 권순욱 작가의 보호자는 장애 예술가의 작품을 이렇게 평가한다. 권 작가는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아트코리아 미술대전 등에서 다수 수상한 경력이 있다.
장애를 ‘한계’가 아닌 ‘무한한 가능성’으로 바라본 전시 ‘2025 성남장애예술인그룹전 This Ability: 또 다른 능력’이 성남아트센터 갤러리808에서 열렸다.
전시는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장애 예술가의 작품 70여점을 선보인다. 권순욱, 김태영, 박규현, 송진현, 윤동규, 이도원, 이마로, 이찬영, 최봄이, 황진호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각 작품에선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독창적인 시선과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작가들은 저마다 관심있는 주제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그림’을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본인을 ‘개구리 작가’라고 소개하는 이도원 작가는 참가자 중 가장 어리다. 올해 15살인 이 작가는 3년 전부터 그림을 그렸다. 이 작가는 주로 개구리, 카멜레온 등 동물의 독특한 움직임과 변화를 포착한다. 과감하고 강렬한 색채와 대비를 통해 생동감을 극대화해 표현해낸다.
이 작가의 보호자는 “예술 교육을 받는 기관이 아닌 곳에서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작품을 더 많은 이들에게 보일 수 있어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장애 아동을 둔 부모와 장애 예술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송진현 작가는 그림를 통해 꾸준히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주로 자유로운 터치로 대상을 재해석한다.
매일 그림 일기를 쓰며 주변을 스케치하던 황진호 작가는 소재를 확장하며 조금씩 본인 외의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 화려한 색을 뽐내는 화분의 꽃, 많은 선이 교차하는 골목길 등은 정돈된 선과 기하학적인 표현으로 나타난다. 작가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서사를 따라가다보면 잔잔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전시 곳곳에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지우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가이드를 마련했고 유아차와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이들을 위해 전시장 내 문턱을 없앴다. 전시장 초입에선 참여 작가의 작업 과정, 인터뷰를 담은 영상이 흘러나와 청각장애인의 관람을 돕는다.
전시를 기획한 조한별 성남문화재단 큐레이터는 “올해 처음 진행한 전시로, 장애예술가 발굴과 지원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며 “다름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23일까지.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