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살기 위해 하늘로 향하고
내민 손은 끝내 온기를 만나지 못해
내란성 불면·분노 안고 버틴 3개월
헌재 판결 이후에도 가야할 길 멀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왔으면

요즘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틈만 나면 포털 사이트 뉴스를 새로고침하고 헌법재판소라는 말만 나와도 눈과 귀가 쫑긋해진다. 습관적으로 한숨이 튀어나오고, 불안한 마음이 올라온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대체 언제일까. 촉각을 세우는 것은 나뿐만 아니다. 흔들리는 이 시간을 지나고 있는 모두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안의 온도는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 의해서 내 삶이 송두리째 달라질 수도 있다는 내란의 밤을 경유한 감각 때문이다. 그 밤 이후 우리 사회는 내란성 불면과 분노, 불안을 안고 지난 3개월을 버텨왔다. 그리고 이 흔들리는 시간을 애쓰며 살아내는 중이다.
살아내기 위해 누군가는 하늘로 향했다. 지난 3월15일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30m 높이의 CCTV 철탑에 올랐다. 조선업이 수년째 호황을 맞고 있지만 하청 노동자들의 저임금, 단체협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노동자들이 23일, 29일씩 단식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곡기를 끊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결국 철탑에 삶의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2월13일에는 세종호텔에서 해고된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이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시기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에 저항하며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하늘로 오른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싸워 온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가 귀담아 듣지 않았을 뿐이다.
살아내기 위해 내민 손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지난 3월20일, 한 시민의 사망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집주인의 신고로 발견되었고 도시가스가 중단되고 전기요금, 월세도 몇 달동안 납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동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원의 손이 닿지 않았다. 빈곤과 고립의 시간 속에서 이 세상을 떠난 이. 살아내고자 세상의 문을 두드린 사람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는 경청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 하늘로 향하고, 살기 위해 내민 손은 끝내 온기를 만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는 계엄 상황 이전에도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한 문제였다.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오늘 하루 온전히 살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해마다 치솟는 자살률과 빈곤율,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는 너무 많이 말해 입이 아플 지경이다. 노동자의 권리,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이윤 중심의 경제구조는 또 어떠한가. 차별과 혐오, 누군가를 미워하고 배제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현실은 흔들리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이다. 중요한 것은 계엄이란 혼동스러운 정치 상황으로 이러한 문제가 더욱 증폭되고 사회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빨리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에도 사회에 남겨진 갈등을 다루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 더 많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변화들이 만들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그 과정은 단지 대통령, 집권 정당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
광장에서 울려 퍼진, 살아내기 위해 애써 목소리를 내어오고 있는 노동자 시민들의 목소리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모든 사람이 좀 더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으로. 불평등과 혐오, 갈라치기 정치를 먹고 살아가는 윤석열들이 다시는 등장할 수 없도록 말이다. 그 과정을 살아가고 살아내야 할 것은 또다시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겠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조금 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면 좋겠다. 살아내기 위해 하늘로 오르고 고립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그런 세상,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길 바란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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