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행동특성검사 등 총괄 맡아

부적응 학생 상담에 ‘소홀’ 우려

내년 ‘통합지원’ 시행 고심 커져

학교생활 부적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교내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들이 행정업무 부담으로 정작 본연의 역할인 상담 활동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천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전문상담교사 김모씨는 새 학기 정서행동특성검사, 학업중단숙려제, 자살 등 위기관리위원회, 각종 정서·심리 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

정서행동특성검사는 고1 학생 전체에 시행되는 검사로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관심군’ 학생을 추려내 상담하는 1년 단위 업무다. 김씨는 외부 전문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해당 기관 등에 연계하는 일도 한다. 학업중단숙려제는 학업, 진로, 심리·정서 등을 이유로 자퇴를 원하는 학생을 살피는 제도다. 통상 2~7주 동안 상담 등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김씨가 이 제도를 통해 관리하는 학생은 한 해 평균 20여 명이다. 자살·자해 위험이 있는 학생을 발견하면 교사들로 구성된 위기관리위원회를 신속히 소집해 회의를 여는 것도 그의 일이다.

김씨는 “정서행동특성검사 등 각종 업무 매뉴얼에는 상담, 학생관리, 행정시스템 등록 업무 등을 여러 교사가 분담하도록 돼 있지만 상담 외 다른 업무까지 총괄하고 있다”며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들이 마지막에 찾는 곳이 ‘Wee클래스’(교내 상담실)인데, 행정 업무를 하느라 정작 상담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걱정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올해 1월 인천전문상담교사 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내 전문상담인력(전문상담교사·전문상담사) 279명 중 87.9%(186명)가 정서행동특성검사 총괄 업무를 맡았다고 응답했다. 위기관리위원회는 62.6%(157명), 학업중단숙려제는 52.9%(157명)로 나타났다.

내년 교육부의 ‘학생맞춤통합지원’ 사업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전문상담교사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제각각 나뉘어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나로 합쳐 통합 지원하는 내용이다. 담임교사, 교육복지사, 보건교사, 영양사, 전문상담교사, 진로교사, 교장·교감·부장교사 등 각자의 업무에서 위기 학생을 발견하면 회의를 소집해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인천전문상담교사 노조 관계자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업무도 상담교사가 총괄하게 될까 봐 교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업무 부담은 위기학생 발굴에 필요한 상담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천시교육청 교육현안대응팀 관계자는 “이 사업은 교사 한 사람이 아닌 학교 구성원들이 협업해 위기 학생에 대응하자는 취지”라며 “전문상담교사에게 업무가 몰리지 않도록 사업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교장·교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