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소송단 모집·규탄 기자회견
LH “소송 제기 시 대응방안 마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거민에게 제공한 임대주택에 일반 국민임대주택 규정을 적용해 재계약 시 보증금과 임대료 등을 올려받아온 사실이 드러나자 전국 철거민들이 피해 실태조사 등 구체적 해결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줄소송 위기에 처한 LH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국철거민협의회는 ‘LH임대아파트 보증금·임대료 특별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24일 국회 앞에서 보증금 및 월 임대료 반환 소송을 위한 소송단 모집과 LH규탄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이호승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상임대표는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설립된 LH가 취약계층인 철거민들을 상대로 잘못된 규정을 적용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다”며 “기자회견 전까지 철거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실태조사를 진행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공주택 사업자는 보금자리를 잃은 철거민에게 국민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해야 한다. LH는 일반 국민임대주택과 달리 철거민 우선 공급 가구에는 입주 시 소득 요건을 따지지 않는다. 그런데 계약 갱신 시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소득에 따라 임대보증금·임대료를 할증하는 일반 국민임대주택 규정을 철거민 가구에도 적용했다.
LH는 규정 적용 근거로 국토교통부 고시인 ‘국민임대주택의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 6호’를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이는 국민임대주택 입주민이 재계약 시 ‘소득 요건’을 초과한 경우 등에만 적용하도록 돼 있다. 이를 입주 시 소득 요건을 따지지 않는 철거민 모두에게 적용한 것이다.
이에 철거민 자격으로 인천 서구 가정LH3단지에 입주한 A씨는 2022년 “소득이 개선됐다고 해서 철거민의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증액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소득 요건이 적용되지 않고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한 신청인에 대해서는 재계약 체결 시에도 소득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LH에 시정을 권했다. 이어 A씨는 LH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1월 승소했고,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 등 973만원을 돌려받았다.
이를 지켜본 가정LH3단지에 입주한 철거민 뿐만 아니라 같은 규정을 적용받은 전국 철거민들이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전국철거민협의회는 최근 10년간 전국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한 철거민이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A씨가 제기한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를 포기했던 LH가 뒤늦게 법리적으로 다퉈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이유다. (3월17일자 3면 보도)
LH 관계자는 “재계약과 임대료 할증 기준을 명백히 분리해 규정하고 있다”며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다른 입주민에게도 적용되는 관련 규정을 철거민에게도 현재 동일하게 적용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태조사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소송 제기 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