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개소, 2023·2024년 연속 ‘우수 평가’
민간의 강점과 공공 목적 운영 시너지 발휘
“지역 뮤지션 좋은 환경서 음악하게 하고파”

예술 분야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분야는 무엇일까요. 어떠한 기준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도 있는, 통계로 확인하기엔 모호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유의미한 통계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 복지 사업’ 참여 근거로 사용하는 ‘예술인활동증명’ 현황을 보면, 24일 기준 전국에서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예술인 16만5천389명 가운데 가장 많은 5만2천36명(31.4%)이 음악 분야입니다. 2위인 미술 분야(4만1천569명)보다도 1만명 이상 많네요. 최근 대중음악으로 예술활동증명을 신청하는 젊은층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예술 분야에서 대중음악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의 광역·기초 단위 문화재단에서 지역 예술인의 창작·발표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칩니다. 대중음악인도 문화재단 사업 참여에 도전할 수 있지만, 그 문턱이 높은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광역문화재단은 이른바 순수예술 분야 지원 사업에, 기초문화재단은 공립 공연장과 전시장이나 시민문화사업 등에 각각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지역의 대중음악인을 위한 전문 지원 기관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역음악창작소입니다. 2014년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연 이후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인천음악창작소는 지난 2022년 7월 인천 부평구 캠프마켓(부평 미군기지) 반환 구역 내에 개소했습니다. 다른 지역보단 다소 늦게 조성됐으나, 그 성과는 벌써 앞서가고 있습니다. 인천음악창작소는 전국 17개 음악창작소 가운데 2023년과 2024년 두 해 연속으로 ‘우수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천음악창작소 개소 첫 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운영기간을 모두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셈입니다. ‘우수 평가’는 전국 상위 3개 기관에만 주어집니다.
전국의 음악창작소가 공통으로 펼치는 사업은 ‘음반 제작 지원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대중음악인의 창작 활동 지원과 음악인 발굴을 목표로 합니다. 인천이 ‘우수한’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인천음악창작소는 민간이 주축이 된 운영,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도 뮤지션으로 활동하면서 음악창작소를 이끌어 가는 인력들, 전국 최고 수준의 녹음실 환경 등을 꼽습니다. 인천음악창작소는 인천시 지원으로 사단법인 인천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음악창작소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전국 최고 수준의 녹음실 환경과 이러한 환경을 이끌어 가는 음악감독이 있고, 뮤지션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고 어떠한 지원을 바라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이끌어 가는 사업 인력이 있습니다. 민간의 강점과 공공의 목적이 최대한 발휘되고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인천음악창작소는 한국 최고의 기타 연주자 함춘호, 드러머 강수호, 베이시스트 신현권 등 선배 뮤지션들을 실제 세션 연주자로 섭외하기도 합니다. 음반 제작 지원 선정 뮤지션의 음원을 영국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와 미국의 스털링 스튜디오 등 세계적인 스튜디오에 보내 작업을 의뢰하고 있습니다. 음원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마지막 단계인 편집까지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향입니다. 탁월한 결과물이 나오는 건 당연하겠죠.
인천음악창작소는 음반 제작 지원 사업뿐 아니라 인천 지역 기업이자 국내 악기 생산·판매 1위 기업인 (주)스쿨뮤직과 협력해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청소년 음악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기타 제작사 ESP와 협력해 다양한 해외 초청 사업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해외 공연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 2023년에는 일본 후쿠오카, 지난해에는 오사카에서 현지 밴드들과 기획 공연을 개최했습니다. 2023년 후쿠오카에서 공연한 밴드 ‘근처’는 지난해 다시 초청돼 무대에 서기도 했네요.
인천교통공사, 인천문화예술회관, 인천영상위원회 등과 협력해 인천의 다양한 공간에서 소규모 공연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강원음악창작소 등 타 지역과 협력하는 공연도 기획했습니다.
인천음악창작소 태지윤 소장은 뮤지션인 동시에, 음악창작소장을 맡기 전 15년 가까이 인천문화재단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태지윤 소장은 그동안의 성과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제가 20대, 30대 시절에 있으면 좋았을 사업들이나 필요로 했던 부분들을 지역 뮤지션들에게 아낌없이 내어 주고 싶습니다. 다만,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간이기에 그 운영에 대한 원칙은 공정성과 객관성입니다. 더불어 뮤지션들이 당당하게 보수를 받고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인천음악창작소는 전국에서도 드물게 민간에서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동안의 성과가 흔히들 우려하는 민간 운영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역의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더 좋은, 더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에게 긍정적 역할을 하겠습니다.”
인천음악창작소라는 기관이 아직 생소한 시민이 많을 텐데,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참 많은 사업을 진행했네요. 앞으로 시민들이 대중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향유하는 것으로 체감할 수 있겠습니다.
인천은 과거 한국 록 음악의 성지라 불렸습니다. 인천은 서울 홍대씬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관교동을 중심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의 록밴드들이 활동했죠.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현재 인천음악창작소가 있는 캠프마켓을 중심으로 펼쳐진 음악 역사가 있습니다. 인천의 대중음악이 다시금 날개를 펼치길 기대해 봅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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