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참정권 보장” 목청

장추련·한국피플퍼스트, 그림투표용구 도입 서명운동… 지선 반영 요구

서울지법·부산고법에 ‘보조 허용’ 소송 편의 제공하라 잇단 판결 나와

발달장애인 위한 그림투표용지를 도입하라!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인천 부평구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그림투표용지’를 도입하라는 피켓을 든 발달장애인 오문정 인천피플퍼스트 회장. /인천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인천 부평구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그림투표용지’를 도입하라는 피켓을 든 발달장애인 오문정 인천피플퍼스트 회장. /인천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의 요구사항은 ‘투표 보조 허용’과 ‘그림투표보조용구 도입’이다.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당장은 어렵지만 내년 지방선거 전에는 요구사항이 해당 법률에 반영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운동을 이어온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와 ‘한국피플퍼스트’는 3월 말까지 ‘그림투표보조용구’ 도입을 위한 서명을 받는다.

공직선거법은 시각장애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혼자서 기표가 불가능할 경우 가족 등이 투표를 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법령에는 발달장애인이 명시돼 있지 않아 이들에게는 투표 보조가 전면 거부되고 있다.

지적장애인 조현서(22·인천 부평구)씨는 “지난 대선 때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기표소에는 혼자만 들어가야 한다’며 나를 도와주려는 어머니를 막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투표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실제로 혼자 하는 것은 처음이라 생소하고 어려웠다”며 “그림투표용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이수연(28·인천 동구)씨는 “지난해 총선 때 투표용지가 많고 길기도 해서 도움이 필요했다”며 “어머니가 (선거관리인에게) ‘아이가 발달장애가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도 투표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기표소에서 나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장추련 등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 보조를 허용해달라는 소송 2건과 그림투표용지 제공을 요구하는 소송 1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 이어 올해 1월 부산고등법원은 발달장애인이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은 그림투표용지 도입 요구와 관련해 일부 승소 판결했다.

1년 후 선거부터 그림투표보조용구를 도입하라는 것이었다. 점자투표보조용구에서 착안한 그림투표보조용구는 정당 로고, 사진, 이름을 넣어 기표 칸만 뚫려 있는 형태로 일반 투표용지에 겹쳐 사용할 수 있다.

장추련 등은 그림투표용지를 신속하게 도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2심부터 그림투표보조용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 판결에 불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장추련은 그림투표보조용구 도입에 대해 조속히 판결해달라는 탄원 서명부를 내달 대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오는 5월 전에 판결이 확정돼야 내년 6월 지방선거부터 그림투표보조용구가 도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추련 이승헌 활동가는 “오랜 기간 발달장애인들이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했는데, 최근 유의미한 판결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투표 보조를 허용하는 대상에 발달장애인이 포함되도록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도 적극 알려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