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회씩 위법행위 대비 진행
전화·대면 상황 단계별 절차로
실제 상황 유사 연출 규모 확대

“도지사 나오라 그래.”
25일 오후 2시께 경기도청 열린민원실. 토지보상 관련 민원을 접수하러 온 민원인의 언성이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담당 공무원의 침착한 응대에도 민원인의 반말과 폭언은 멈출 줄 몰랐고, 민원실 내부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민원인이 민원 접수대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담당 공무원을 위협하자, 민원실 내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원실의 한 직원은 청원경찰과 경찰에 신고했고, 또 다른 직원은 휴대전화로 민원인의 폭력적인 행동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몇 분 뒤 출동한 청원경찰과 지구대 경찰관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는 민원인을 제압해 민원실 밖으로 끌고 나가며 상황이 종료됐다.
이날 상황은 실제가 아닌,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 강화를 위한 모의훈련이다.
악성 민원인을 연기한 도청 소속 공무원 김모 주무관의 열연으로 민원실 안 분위기는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다. 김모 주무관은 “과거 도로정책과에 근무할 때 악성 민원인을 많이 응대한 경험이 있어 실감 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는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고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2회씩 ‘민원인 위법행위 발생 대비 모의훈련’을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해 악성 민원으로 인해 김포시 한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발생하자 도는 올해부터 실제 상황과 유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훈련 규모를 확대했다.
이날 훈련에는 민원실 직원 20여 명과 도 청원경찰, 수원남부경찰서 광교지구대 소속 경찰 등 40여 명이 참가했다. 훈련은 ‘전화 악성민원 대응’과 ‘대면 악성민원 대응’ 두 가지 상황을 중심으로 단계별 비상 대응 절차에 맞춰 이뤄졌다.
훈련에 참가한 7년차 공무원 박모 주무관은 “과거 한 민원인이 3개월 간 지속적으로 연락해서 괴롭힌 적이 있었다”며 “당시 업무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지친 나날을 보냈다. 최근 언론에 악성 민원인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 사례가 나오는데 남일 같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21년차 도청 청원경찰 김수년 조장도 “2년 전 민원인이 칼을 들고 도청을 찾아와서 경찰이 출동한 경우도 있었다. 악성 민원인이 오면 어르고 달래는 방식으로 응대하는데, 이러한 방식이 통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며 “악성 민원인에 대응하는 방법을 연습하면 실제 상황이 닥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상수 도 자치행정국장은 “민원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안전한 민원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