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비정년트랙 교수’ 시위
승진 안되고 정교수와 처우 달라
전임교원 확보율 맞추려 활용돼
학교에 고용구조 문제 해결 요구
정부, 내년 평가 ‘지표 분리’ 예정
“강의도, 연구도 다 하는데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정교수 승진도 안 됩니다. 그런데 평가할 때는 같은 교수로 분류돼요. 결국 ‘숫자 채우기용 교수’인 셈이죠.”(8년차 경기대학교 비정년트랙 교수 A씨)
전임교원 확보율 수치를 맞추려 정년 없는 교원을 채용해온 대학에 개선을 요구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 평가 지표에는 정규직 교수들과 함께 전임교원으로 집계되지만 교수로서의 권한과 대우는 동등하게 부여되지 않는 점이 주요 문제로 지목된다.
25일 ‘2024년 사립대 비정년트랙 교원 실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기도 내 사립대(21곳) 정년트랙 교수 평균 연봉은 8천700만원, 비정년트랙은 4천500만원으로 2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1인당 평균 학생수는 각각 정년트랙 41.34명, 비정년트랙 92.65명이었다. → 표 참조

경기대와 아주대 등은 교육부에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나, 경기대의 경우 정년트랙 교수 평균 연봉은 1억원 가량이며 비정년트랙 교수는 4천만원 초반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A씨는 “1인당 담당하는 학생수 부문도 정년과 비정년 트랙이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나, 연봉은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오전 열린 경기대 이사회 회의에 맞춰 경기대 중점교원(비정년트랙 전임교원) 40여 명은 고용 구조 문제 해결을 공식 요구하며 대학 본부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경기대 관계자는 “해당 요구를 인지하고 있으며, 전국 사립대 사례 등 전체적인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의 단계”라고 밝혔다.
경기대에서 재점화된 이번 논란은 전국 사립대에서 반복되는 문제다. 비정년트랙 교수는 정년 보장 없이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반복하는 전임교원으로, 강의·연구·산학협력 등 정년트랙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승진·연구비·행정 참여 등에서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대학 평가 지표에서는 정년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전임교원으로 집계된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교육부 등이 대학의 재정지원 사업에서 활용하는 주요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사립대들은 해당 지표를 맞추기 위해 비교적 인건비 부담이 적은 비정년트랙 교원을 채용해 왔다. 경기대 역시 지난 2015~2020년 사이 비정년트랙 교원을 집중적으로 늘리며 전임교원 수를 확보했으며 해당 기간 정부 재정지원 성과도 올린 바 있다.
최근 5년간 비정년트랙에서 정년트랙으로 전환된 경우는 사립대 60곳에서 평균 9명에 불과했다. 곳곳에서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내년 실시하는 4주기 대학기관평가에 정년·비정년트랙 교원을 구분해 지표를 관리할 예정이다. 다만, 고용 형태에 따른 평가 점수화나 페널티 적용까지는 마련돼 있지 않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2026년 시행되는 4주기 대학기관평가 기준에는 두 트랙을 구분해 살펴보겠다는 방향이 포함돼 있으나 실제 평가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현재 대학평가 지표상 전임교원 확보율은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을 구분하지 않고 산정되고 있다”고 짚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