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공백’ 두고 이견차

 

서울 기준 인용땐 상위법 위반 등

더 큰 분쟁 우려… 반대 탄원서도

區, 31일까지 조합원 의견 수렴키로

인천 미추홀구가 내부 갈등으로 조합장이 공백 상태인 주안4구역 주택재개발조합에 인천에서 최초로 전문조합관리인을 두기로 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이미 임시총회 소집과 임시의장 선임에 관한 판단을 법원에 맡긴 상황에서 미추홀구가 개입하면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추홀구는 주안4구역 주택재개발조합에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하기 위해 오는 31일까지 조합원 의견을 수렴한다. 전문조합관리인은 조합 임원들이 전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지자체가 변호사, 법무사, 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 1명을 선정해 조합 임원의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내용이다. 미추홀구는 조합 내 갈등이 반복돼 수분양자들의 재산권 행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조합 정상화 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주안4구역 주택재개발조합은 지난 2022년 주안캐슬앤더샵에듀포레를 준공했으나 내부 갈등으로 이듬해 기존 조합 임원들이 전부 해임되는 사태를 빚었다. 지난해 새로 선임된 조합 임원들도 법원으로부터 총회결의효력정지가처분을 받아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에 조합원들은 법원에 임시총회소집 허가를 신청했으며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추홀구가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하겠다고 하자,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선 법원 판결 이후로 그 시기를 미뤄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시 관련 조례에 전문조합관리인 선정 기준이 없어 서울시 기준을 인용하겠다는 미추홀구의 방침이 상위법을 위반할 수 있으니, 조례를 먼저 개정해 달라는 것이다. ‘도시정비법’에는 ‘시·도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임하도록 정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또 법원 판결에 앞서 미추홀구가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할 경우 더 큰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원이 임시총회 소집을 승인할 경우, 조합이 선임한 임시의장과 전문조합관리인 중 누구에게 조합 관리를 맡겨야 할지 행정소송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주안캐슬앤더샵에듀포레 조합원 380명과 일반분양자 170여명은 최근 미추홀구에 전문조합관리인 선정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임시총회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전문조합관리인 선정을 위한 행정절차를 멈춰 달라고 미추홀구에 요청한 상태다.

조합원 A씨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나 인천시가 조례를 개정해 전문조합관리인 선정 기준을 갖춘 뒤에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해도 늦지 않다”며 “전문조합관리인이 선정돼도 이에 대한 행정소송이 이어지면 결국 소모적인 싸움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추홀구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새로운 조합 임원이 선출돼도 이들의 효력에 대한 또 다른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돼 지자체가 개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에 선정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조례를 개정하는 데에 시간이 걸려 서울시 기준을 따르게 됐다”며 “서울시 선정 기준에 조합원과 그 가족, 조합과 계약된 설계·시공자 등 협력업체 임직원까지 배제하는 내용을 덧붙여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