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만으로 ‘첨단기술 최전선’ 이미지 메이킹

쏠림 현상·국내외 클러스터 육성에 위상 위협

제4TV 개발·대기업 유치·GTX 연계 강화 등

성공 명성 유지할 성남시의 전략·도전 절실

임종순 성남시정연구원장
임종순 성남시정연구원장

판교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혁신과 성공의 상징이다. “우리 회사 판교에 있어요”라는 한 마디만으로, 사람들은 그 기업이 첨단기술의 최전선에 서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는다.

2023년, 판교 입주 기업은 전년 대비 11% 증가해 1천803개에 달했고 7만8천872명의 종사자가 몸담고 있다. 특히 10명 중 6명이 20~30대의 젊은 청년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은 판교가 젊은 인재들의 메카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2021년 연봉이 1억원을 넘긴 이후 최근에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즉, 판교는 고소득 젊은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 놀라운 성공은 판교라는 브랜드가 가진 강력한 매력과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판교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혁신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기업들은 판교에 입주함으로써 이미지 메이킹에 있어 자동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마케팅 효과는 물론 고급인력 확보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그 결과 판교는 우수한 기업과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며 상생과 경쟁을 통해 서로를 성장시키고 있다.

판교의 진정한 매력은 산업 집적의 시너지에 있다. IT, BT, CT, NT 등 첨단산업이 한곳에 모여 서로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융합시키며 혁신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점심시간을 활용해 의견을 교환하며 회의하는 모습은 미래 산업의 성장 동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판교는 단순히 기업이 모인 곳이 아니라, 혁신 클러스터로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탄생하는 생명체와도 같다. 판교는 젊은 인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매력적인 중심지다. 강남역에서 신분당선을 타고 단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테헤란밸리 다음으로 인기가 높으며 구로, 서울디지털단지, 하남지식산업단지보다 선호의 대상이 된다. 일부 매체에서는 이를 ‘취업 남방한계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고급 인력들이 테헤란밸리와 판교를 떠나기 어려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판교의 성공은 서울과의 탁월한 접근성,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 투자, 그리고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IT기업과 스타트업이 한데 모인 강력한 산업 클러스터 효과에 기반한다. 이로 인해 판교는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이곳에서 일하고자 하는 젊은 인재들의 관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판교가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며 머무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판교는 기업과 사람이 몰리며 교통 체증은 심각해졌고 일부 재직자들은 스타트업 중심의 지원 정책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공간 부족과 투자자 유치의 어려움은 기업들이 판교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와 인근 도시들(용인·화성·평택)이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대대적으로 육성하며 판교를 위협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딥시크가 있는 중국 항주와 인도 등 해외 혁신클러스터들이 새로운 경쟁상대로 등장하며 판교의 독주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여전히 판교라는 이름만으로도 안심하지만, 이 성공의 중심이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남시는 판교의 성공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에 있는 오리역을 중심으로 한 ‘제4테크노밸리’의 개발은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이다. AI 산업을 유치하고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의 유치를 통해 AI R&D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며 GTX 연계 강화로 젊은 인재와 기업을 끌어들이고 스마트시티 및 친환경 개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실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산업의 집적과 앵커기업의 유치는 성공의 핵심 요소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의 유치를 통해 AI 산업 등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해야만 판교는 그 위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성남과 국가가 나서서 판교의 명성을 이어가고 혁신 생태계를 더욱 견고히 다져야 할 때다. 판교는 성공했지만, 이제는 그 성공을 미래로 연결할 전략과 도전이 절실하다.

/임종순 성남시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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