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리시가 경기도의 경기주택도시공사(GH) 구리시 이전 절차 중단 선언의 배경을 사안이 벌어진 뒤에야 파악하는 등 우왕좌왕했지만 경기도의 선언 이전보다 한 달 이나 앞서 그러한 정황이 있었음이 26일 시의회에서 드러났다.
구리시의회 권봉수(민) 전 의장은 26일 347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백경현 구리시장을 향해 “이런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께서는 보고를 받은 것이 없나”라고 물었다.
백 시장은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권 의원은 시가 제출한 문서를 들고 “(9차 실무협의체 회의 자료 검토 보고서에) 네번째 항목에 도에서 이날 의제로 ‘구리시 서울시 편입 추진과 GH이전 추진은 양립할 수 없는 사항임. 그래서 추진현황 및 향후 GH 이전과 상충관계에 대한 구리시 입장을 요구함’이라고 보고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9차 실무협의회는 지난 1월16일에 있었고, 경기도에서 먼저 요구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8차 회의후 1년만이다. 오랜만에 경기도가 회의를 소집했는데 사전 예고한 회의 의제가 ‘구리시 서울 편입’이었던 셈이다.
권 의원은 이 문서에 담당부서가 ‘구리시 서울 편입은 많은 시민 66.9%가 원하고 있는 사항으로 이에 따라 시민들이 염원하는 서울 편입, 서울편입효과 분석 연구 용역 등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임’이라고 답하겠음을 보고했다고도 덧붙였다.
백 시장은 ‘보고 받은 적 없다’고 부인하던 것을 접고 “회의 때 논쟁이 됐지만 전반적으로 시민들이 추진하는 일이고, 우리도 행정적으로 진행한 것이 없기에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라고 종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전보고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1월16일 회의 후에는 경기도가 ‘서울 편입’을 문제삼고 있음을 알았던 셈이다. 그러나 백 시장은 또 다른 의원과의 문답에서 경기도의 사전 경고를 안일하게 들어넘겼음을 드러냈다.
정은철(민) 운영위원장은 “9차 실무협의회에서 서울편입 쟁점이 거론됐다. 8차까지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 이상징후를 느끼지 못했나”라고 물었고, 이에 백 시장은 “9차 때 논의가 되서 서로가 양해하는 선에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백 시장이 안일하게 대응한 배경에는 ‘행정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고 문서로 하는 것’이라는 소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과의 문답에서 백 시장은 “우리가 2023년 11월에 이미 우려되는 부분(경기북도로 구리가 행정구역이 변경되도 경기남도의 GH가 이전해 오느냐)에 대한 답변을 받아 갖고 있었기에 일방적으로 이런 결정(절차 중단)을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백 시장은 기자회견 뿐이고 문서 한장 없는 GH 이전 절차 중단은 법적 효력이 없어 GH 이전은 그대로 추진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거듭해 왔다.
결국 이같은 판단착오로 시는 사전 대응 시기를 놓친 것은 물론 2월18일 “경기도 관계자 확인 결과 내부에서 GH 구리시 이전 백지화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사실과 무관한 사항으로 GH 이전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도가 중단 발표를 하기 사흘전이다.
이날 구리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선택과 집중’(정은철 운영위원장)을, ‘구리가서울되는 범시민추진위원회 동별 위원회 발대식 불참’(권봉수 의원)을 요구했고, ‘정합성 없는 두 방향 유지는 혼란만 가중됨’(김성태 부의장)을, ‘두가지 동시 추진은 행정력 낭비임’(양경애 의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적 대응(김용현 의원)과 항의방문(이경희 의원)을 요구했다.
구리/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