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은 한인들, 러시아 정착과정

 

20세기 초 일본 韓식민지화·현지 적응 이중과제 속 찾은 방법

능동적 생존자로… 법적 지위 확보·고국 관계 유지법 등 탐색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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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화를 넘어서: 러시아로 간 한인 이야기┃송영화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펴냄. 360쪽. 2만3천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가 펴낸 ‘귀화를 넘어서: 러시아로 간 한인 이야기’가 독자들을 만났다.

교보문고 역사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20세기 초 일본의 침략을 피해 러시아로 이주한 한인들의 정착 과정을 ‘귀화’라는 관점에서 탐구한다.

저자는 한국, 러시아, 일본 등에 보관 중인 다양한 사료를 활용해 글을 써내려갔다. 강대국 틈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했던 러시아 귀화 한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본외무성 기록, 러시아 국립문서보관소 문서 등 당대 기록된 1차 자료를 기반으로 방대한 양의 조사가 이뤄졌다.

오랜 조사 끝에 저자는 책을 통해 1905년 이후 러시아로 이주한 한인들이 고국의 식민화와 현지 적응이라는 이중 과제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대응했는지를 조명한다.

러시아 이주 한인들이 정치적 격변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분석하고 귀화가 단순한 법적 신분 변경이 아니라 적극적인 생존 전략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책은 러시아 정착 과정에서 한인들이 차별과 도전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귀화를 통해 러시아 사회에서 법적·경제적 지위를 확보하고 고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독립운동에도 영향을 미친 이들의 삶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다.

귀화 후 지속된 한인들의 정체성 탐색 과정까지도 면밀히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국적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유동적인 개념임을 드러내며 러시아 귀화 한인들이 역사의 격류 속에서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한 주체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이 현지 사회에 동화되거나 조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자세히 추적하고 귀화라는 행위를 둘러싼 다양한 선택과 그 의미를 깊이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 연구가 한인의 독립운동과 민족주의적 관점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한인들의 삶을 보다 폭넓은 배경에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서사는 한인 역사의 복합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국가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간 이들의 경험을 조명하는 동시에 오늘날 이주와 국적 문제에 대한 시사점까지 제시한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