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 부족’ 더딘 진화 이유 꼽아

“헬기 40%… 60%는 사람 손으로”

환경단체 “벌목 수단 불과” 반대

지자체도 관리 비용 문제로 난관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지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산불 진화의 목적으로 산에 조성한 길인 ‘임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7일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의 한 야산 임도 모습. 2025.3.2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지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산불 진화의 목적으로 산에 조성한 길인 ‘임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7일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의 한 야산 임도 모습. 2025.3.2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대형 산불로 번지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산불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임도(林道)’가 화두로 떠올랐다.

산림 관리와 산불 진화 등의 목적으로 산에 조성한 길인 ‘임도’를 확충해 산불 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임도가 산사태를 유발할 뿐 아니라 산불 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박도 있다.

27일 산림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임도 밀도는 4.1m/㏊로 일본(24.1m/㏊), 독일(54.0m/㏊), 오스트리아(50.5m/㏊)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유지 중 임도 밀도는 경기도(2.4m/㏊)와 인천(1.7m/㏊) 모두 전국 평균 임도 밀도(5.25m/㏊)를 한참 밑돈다.

임도는 산림 경영과 재해 예방을 위해 산에 설치한 도로로 국내에는 지난해 기준 약 2만6천785㎞가 개설돼 있다. 이 중 국유 임도는 9천95㎞, 지방 임도는 1만7천690㎞를 차지한다.

임도는 산 내부까지 산불 진화 인력과 장비가 접근할 수 있어 산불 진화에 큰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산림청도 임도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산림청이 지난 2021년 수립한 제5차 전국임도기본계획에 따르면 산림청은 2030년까지 임도 1만1천783㎞를 신설해 임도밀도를 5.5m/㏊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남 산청, 경북 의성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의 진화 작업이 더딘 이유로 임도가 부족한 점을 꼽으며 임도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헬리콥터에서 물을 뿌리는 것으로는 40% 정도밖에 진화가 안 된다. 나머지 60%는 결국 사람이 산에 들어가서 진화해야 한다”며 “임도가 충분히 설치돼 있었다면 진화 작업도 쉬었을 뿐만 아니라, 위급할 때 진화 인력이 임도를 통해 탈출할 수 있어 인명피해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7일 오후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의 한 야산 임도(林道)  모습. 2025.3.2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7일 오후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의 한 야산 임도(林道) 모습. 2025.3.2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하지만, 임도가 실질적인 산불 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임도가 벌목과 조림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산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임도 확충에 반대하고 있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장은 “임도는 산사태를 유발하고, 오히려 임도 때문에 나무들 사이로 바람길이 생겨 오히려 불이 더 확산할 수 있다”며 “결국 임도를 설치하는 이유는 벌목인데, 문제는 벌목의 경제성도 그리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체 임도의 66% 차지하는 지방 임도를 관리하는 지자체도 이같은 환경단체의 반대와 예산 부족, 토지 소유자 동의 등 현실적인 문제로 임도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에선 임도 확충을 시군에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사유지가 포함돼 있으면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추진이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